'친정체제 구축과 세대교체' 올해 대기업 주총인사의 가장 큰 특징이다. 오너 2∼3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이들과 호흡을 맞출 젊은 인재들을 과감히 발탁한 기업들이 크게 늘었다. 위기관리 위주의 보수적 경영기조에서 탈피,새로운 시각과 돌파력을 갖춘 40대 CEO들로 세대교체를 이뤄가고 있는 점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친정체제 강화=현대차 계열기업들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정몽구 회장의 장남 의선씨(32)가 상무 승진 1년만에 전무로 한 단계 뛰어올랐다.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4남 몽우씨(작고)의 장남 일선씨(32)도 삼미특수강 전무로 승진했다. 정몽근 회장의 장남 지선씨(30)는 현대백화점 부사장 승진과 함께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하이스코도 지난 15일 주총에서 정 회장의 셋째 사위인 신성재 전무(32)를 등기이사에 선임했다. LG전자는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LG필립스LCD 사장(52)을 신임 등기이사로 선임했다. 구 사장은 내달 출범하는 LG전자 지주회사인 LGEI의 등기이사로도 선임될 예정이다. SK와 롯데는 최태원 회장(42)과 신동빈 부회장(47) 등 40대 CEO에 맞게 참모진을 재편성했다. SK(주)가 유정준 상무(40)를 최연소 전무로 발탁한 것이 단적인 예. 롯데는 원로급 CEO인 김부곤 대표(68)가 롯데 자이언츠 구단주대행으로 옮긴 데 이어 장성원 호텔롯데 사장(72)을 러시아 현지법인장으로 발령,신 부회장의 장악력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삼성은 허태학 에버랜드 사장(55)을 호텔신라 신임대표로 선임,두 개 회사의 대표직을 맡김으로써 오너 최측근 경영진의 권한을 강화시켰다. 제일제당의 경우는 이재현 제일제당 부회장(42)이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명실상부한 그룹 대표자리에 올랐다. 한솔그룹도 조동길 회장(47)체제로 후계구도를 굳혔다. 두산도 지난해말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정원씨(41)가 두산상사 BG사장으로,차남인 지원씨(38)가 두산중공업 부사장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등 3세 경영진이 부상하고 있다. ◇젊어지는 임원진,40대 CEO로 세대교체=삼성의 올해 승진자 평균연령은 46.3세. 지난해 47.3세보다 1년 정도 낮아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승진한 박종우 부사장(46)을 포함,모두 7명의 부사장이 40대다. 반면 이수빈(63) 현명관(61) 회장 등 원로급 경영진들은 일선에서 물러났다. 세대교체를 통해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보(35)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향후토대가 점차 마련되는 분위기다. LG도 LG전자 재경팀장인 권영수 상무(44)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킨 것을 비롯 7명의 40대 부사장을 탄생시켰다. 허영호 LG마이크론 사장(49)은 한 '급수'높은 LG이노텍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사실상 승진했다. 효성도 조석래 회장의 세아들인 현준,현문,현상씨 등 3세의 경영참가에 맞춰 40대인 이상운 전무를 핵심 포스트인 그룹 총괄사장으로 내세웠다. 재계 관계자는 "40대 오너들이 경영전면에 나서면서 경영진들도 패기와 경륜을 갖춘 40대로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