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건희 회장의 아들 재용(34)씨가 지난해 3월11일 삼성전자 상무보로 임명돼 경영에 참여한지 1년이 지나면서 후계체제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1년 동안 e삼성 등 인터넷회사 지분 정리와 삼성SDS BW(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과 관련된 증여세 부과 등 이상무보를 둘러싸고 외부적으로 논란이 되는 일도 있었지만 삼성 내부적으로 이상무보의 후계수업은 착실히 이뤄지고 있다. 상무보 임명 이후 그룹의 신임임원교육에 참여하는 것으로 회사 생활을 시작한이씨는 아버지 이회장과는 달리 매일 태평로 삼성본관 25층의 경영기획팀 사무실로 출근, 회사의 주요 현안을 파악하는데 주력해왔다. 경영참여 직후인 작년 5월 오지(奧地)인 브라질 마나우스공장 출장에 나선 이후 생일과 추석연휴에도 각각 말레이시아 전자복합단지와 인도네시아 현지공장을 방문하는 등 이상무보는 1년간 해외사업장을 둘러보는데 100일을 소요했다. 또 수원과 기흥공장 등 국내 전사업장을 방문해 현장감을 익히는 한편 사업부별회의에 참석해 업무파악 범위를 넓히고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소 관계자들과 매주 경제 전반과 금융관련 현안을 논의하는 등 활발하게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특히 같은 층의 삼성전자 윤종용부회장이나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 삼성전자진대제사장, 삼성증권 황영기사장 등은 이상무보가 주요 경영현안을 듣고 논의하는핵심인사들로 알려졌다. 이상무보는 아버지 이회장과 비슷하게 특정 현안에 대해서는 집요할 정도로 치밀하게 파고드는 면이 있고 경영혁신 등에 관해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무보는 임직원과의 회식자리에서도 듣는 것을 즐기고 궁금한 사안은 직접실무자를 찾아가 물어보는 등 `회장의 아들'보다는 '능력있는 경영자'로 자리잡기위해 노력해왔다는 것이 주위의 전언이며 이런 탓인지 그의 경영수업 1년은 일단 합격점이라는게 주변의 평가다. 이상무보는 지난 1월 삼성그룹 인사에서 승진을 하지 않았지만 삼성내에서 그를상무보라는 직급만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1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후계자로서의 이상무보의 위치는 확고해졌고 그에 관한사안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몹시 꺼리는 삼성도 이같은 현실을 더 이상 숨기려하지 않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상무보가 아직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단계일 뿐 그룹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는 능력있는 후계자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이상무보의 앞으로의 1년은 경영수업에 치중했던 지난 1년과는 달리경영참여쪽에 더욱 치중하면서 국내 최대기업 삼성의 차기 지도자의 위치에 한발짝더 다가서는 시기가 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준기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