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기가 회복국면에 접어들면서 국제금융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타난 모습을 보면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된다. 하나는 국제간 자금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펀드들의 투자성향이 바뀌고 있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엔론 등 미국기업을 중심으로 분식회계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를 방지하려는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각종 제도개선에 따른 변화다. ◇글로벌 펀드 투자성향 변화=2000년 하반기 이후 세계경기가 침체되면서 안전성을 중시해 왔던 각종 글로벌 펀드들이 갈수록 수익성을 찾아 움직이고 있다. 뮤추얼펀드와 헤지펀드들은 채권에서 주식으로,주식시장 내에서도 그동안 투자기피 지역으로 여겨왔던 일본과 이머징마켓으로 많이 몰리고 있어 주목된다.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이머징마켓 주식형펀드'와 '아시아퍼시픽 펀드'의 자금유입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이머징마켓 펀드의 경우 신규로 들어오는 자금규모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현재 이들 국가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이같은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국제자금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펀드들의 투자성향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기침체 과정에서 주로 나타났던 '안전자산 선호경향(Flight to Quality)'에서 탈피해 '위험을 감수하는 쪽(Resort to Risk)'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글로벌 펀드들의 투자성향 변화는 세계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미국경제를 비롯한 세계경제가 회복세로 접어들었다는 확신을 배경으로 한다. 아직까지 불안요인이 남아있긴 하지만 주요 전망기관들은 지난해 4·4분기를 저점으로 회복국면에 진입한 세계경제가 올 하반기에는 3%대의 성장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 문제는 향후 세계증시와 국내증시의 향방과 관련해 중요한 문제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글로벌 펀드들의 위험자산과 위험지역에 대한 투자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건스탠리의 투자전략가인 제이 펠로스키는 "위험자산과 위험지역에 대한 기피성향이 낮아지면서 앞으로 국제투자자금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시장으로 옮겨갈 것"이라며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가시화될수록 이런 추세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론 효과에 따른 증시제도 개편=각종 글로벌 펀드들의 투자성향이 바뀌고 있는 점과 함께 엔론의 분식회계 파동 이후 현재 미국내에서 추진되고 있는 각종 증시와 회계제도 개선에 따른 새로운 움직임이다. 특히 국내증시에서 이미 국내기업들의 분식회계가 문제가 되고 있고 미국의 회계기준과 증시제도는 어느 분야보다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의 성격이 강한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도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재무회계기준심의위원회(FASB)에서는 엔론사태에서 문제가 된 특수목적의 자회사를 통한 분식회계를 막기 위해 모기업과 별도로 회계 처리할 수 있는 기업을 외부 투자자들이 10% 이상 투자한 기업으로 한정시키는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3% 이상만 투자하면 분리회계를 할 수 있었다. 미국 의회도 기업 임원들이 자사주를 처분할 경우 하루 안에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통보하고 이틀 안에 일반인들에게 공개토록 의무화하는 법개정에 나섰다. 자금은 다음달 10일까지 공개토록 돼 있어 임의조작이 가능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서는 기업 경영실적을 신속히 공시하는 개정안도 마련하고 있다. 증권거래위원회는 그동안 기업의 연간 경영실적과 분기실적은 사업연도가 끝난 시점부터 각각 90일 이내,45일 이내 공시하던 것을 60일 이내,30일 이내에 축소할 방침이다. 공시제도도 강화하고 있다. 기업들이 회계관행을 변경했을 때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할 의무를 지게 할 예정이다. 공정한 회계감사를 위해 회계법인의 컨설팅 업무를 법적으로 분리하는 것은 물론 회계감사 업무를 감독할 규제기관 설립을 구체화하고 있다. 한마디로 엔론사 파동 이후 미국내에서 추진되고 있는 증시와 회계제도 개선은 윤리성과 투명성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결국 증시에서는 이런 기준에 충족된 기업들의 주가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