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말씀'을 생략했다. 김 대통령은 그동안 국무회의 말미에 15분 내외의 '당부 말씀'을 해왔으나 이날은 이례적으로 이를 하지 않았다. 의안 심의와 각 부처의 현안 보고, 국무위원 토의에 이어 사회를 맡은 이한동 총리가 간단한 발언을 한 뒤 "다음은 대통령님의 말씀이 있겠습니다"라고 말했으나 김 대통령은 특별한 당부나 지시를 하지 않았다. 다만 국무위원들의 토론이 이어질 때 "모처럼 경제적 호기를 맞았다"면서 "정부가 분명한 입장을 갖고 파업문제에 대처해야 한다"고 짤막하게 말했을 뿐이다. 이날 김 대통령은 국무회의 내내 굳은 표정으로 국무위원들의 보고를 들었다. 말 대신 '침묵'으로 내각을 질책한 것이다. 김 대통령의 이같은 '침묵'은 그동안 침체 상태에 빠져 있던 경제가 최근 다소 호전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노동계 파업과 정쟁 등으로 이런 호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