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2일 국무회의에서 침묵을 지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대통령은 통상 국무회의 말미에 '당부의 말씀'을 해왔으나 이날 국무회의에선 이례적으로 이를 생략했다. 김 대통령은 의안 심의, 각 부처 보고, 국무위원 토의에 이어 사회를 맡은 이한동(李漢東) 총리가 간단한 발언을 한뒤 "다음은 대통령의 말씀을 듣겠습니다"라고 말했으나 "나는 할 말이 없습니다"라고 특별한 당부나 지시를 하지 않았다. 다만 김 대통령은 국무위원 토의때 진 념(陳 稔) 경제부총리가 최근의 발전파업사태와 관련해 "모처럼 경제적 호기를 맞았는데 정부가 분명한 입장을 갖고 파업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고 말하자 이를 경청한뒤 고 건(高 建) 서울시장에게 "서울지하철은 괜찮습니까"라고 물어본 것이 전부다. 김 대통령은 국무회의 내내 굳은 표정으로 국무위원들의 보고를 들어 분위기가 매우 딱딱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김 대통령의 이같은 '침묵'은 그동안 침체상태에 빠져있던 우리 경제가 최근 다시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으나 노동계 파업과 정쟁 등으로 이러한 호기를놓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일각에서는 김 대통령이 내각의 정신자세가 해이해 졌다고 판단, 일부 각료 등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 대통령은 최근 왜 하이닉스 반도체 처리문제가 지지부진하고 발전파업 사태의 해결도 지연되고 있는지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남은 1년간 경제 재도약의 발판을 확고히 하겠다는 국정운영 구상에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은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김 대통령의 각오가 담겨 있는 침묵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발전노조 파업사태와 관련, 산자부 장관과 노동부 장관의 보고가 있었다. 또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의 철강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한 대응방안', 농림부장관은 '월드컵 대비 구제역 방어 특별대책', 보건복지부 장관은 '안전월드컵 개최를 위한 응급의료 강화방안'을 각각 보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