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충무로의 흥행판도가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 46.1%의 시장 점유율과 총관객 8천800만명을 기록한 한국영화계는 `꿈의숫자'인 점유율 50%와 관객 1억명을 돌파할지도 모른다는 부푼 기대를 안고 새해를맞았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과 「반지의 제왕」에 초반 기세를 넘겨주기는 했지만 「나쁜 남자」가 의외로 선전한 데 이어 「공공의 적」과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의 `쌍끌이 장세'로 한국영화가 주도권을 탈환했다. 그러나 문제는 3월부터였다. 「공공의 적」의 바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기대됐던「피도 눈물도 없이」는 할리우드의 스타 파워에 밀려 박스 오피스 3위(영화인회의집계)로 불안한 출발을 보였고 지난 주말 「버스, 정류장」은 개봉 첫주 6위라는 참담한 성적을 남겼다. 더 우려스런 점은 한국영화가 미국영화보다 더 많은 스크린에 간판을 내걸고도관객 동원에서는 뒤졌다는 것이다. 영화전문지 「필름2.0」의 9∼10일 좌석 점유율집계에 따르면 「반지의 제왕」이나 「오션스 일레븐」이 각각 70%와 60%를 기록한반면 「피도 눈물도 없이」와 「버스, 정류장」은 30%와 25%에 그쳤다. 「스물넷」 「정글쥬스」 「생활의 발견」 「집으로…」 「몽중인」 「예스터데이」「복수는 나의 것」 「재밌는 영화」 등 다음달까지의 라인업을 살펴보아도 전국 300만명을 넘어설 영화는 언뜻 눈에 띄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동계올림픽 편파판정 시비를 계기로 할리우드 영화 불매운동까지 일어난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한국영화의 부진현상이 더 심각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또 월드컵과 부산 아시안게임, 그리고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도 전체 영화계의파이를 키우는 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경제연구소도 11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영화가 기반이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급성장해 `거품'이 꺼지듯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97년 이후 몰락을 거듭하고 있는 홍콩의 영화산업처럼 동일한 소재와 인물을 내세운 진부한 영화가 잇따라 흥행에 실패해 △관객 수 감소 △제작비 상승 △수익성악화라는 악순환 고리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우려와 예측을 반박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들 낙관론자가가장 큰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흥행집계. 지난해 3월 30일부터「친구」가 빅히트 행진을 벌이기 전까지는 더 형편없었다는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2월까지의 서울 흥행기록을 잠정집계한 결과 2월까지의 총관객은 698만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36.3% 늘어났으며 한국영화 점유율도 39.6%로 전년대비 15% 포인트 가량 증가했다. 영진위의 김혜준 정책연구실장은 "멀티플렉스의 증가로 관객이 분산되면서 옛날처럼 도심 극장의 매진행렬이 눈에 띄지 않아 체감 흥행지수가 낮을 뿐"이라면서 "이른바 `조폭 신드롬'으로 대표되는 가수요는 없을지 모르겠지만 안정적 흥행을 보장할 만한 다양한 영화가 많아 내실있는 성장을 다지는 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전망했다. 영화배급사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도 "일반적으로 3월은 최악의 비수기이므로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앞으로 한국영화의 라인업도 지난해에 비해 훨씬 알차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