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정일 특검팀이 9일 발표한 중간수사결과에는 이수동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의 광범위한 인사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청탁내역과 이씨의 추가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단서들이 포함돼 있다. 특검팀은 이수동씨 수사와 관련, 특검수사의 범주를 벗어나는 사안에 대해선 검찰에 넘겨 수사토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이용호씨와의 연관성을 조사하는 과정이나 추후 검찰수사를 통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큰 파문이 예상된다. ◇ 인사.이권개입 정황 = 특검팀이 이수동과 도승희씨 집 등에서 압수한 청탁관련 문건은 '해군참모총장 관리방안', '해군준장의 소장 승진 희망', '상암구장 매장운영 계획및 월드컵 경기장내 기념품 매장 임대 절차', 모 방송국 교향악단 감독 이력서' 등 4종류. 특히 `해군참모총장 관리방안'에는 후임 총장 인선과 관련해 해군장성의 인사적체 현상과 영남편중실태, 육.해.공군 총장과의 비교 분석과 함께 총장 후보 3명에대한 인물평까지 들어 있다. 특검팀은 이씨가 "이 문건은 해군작전사령관으로부터 도와달라는 취지로 받아보관했다"고 진술한 것이 사실상 이씨가 해군참모총장 인사에 직.간접으로 관여했음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해군준장의 소장 승진 희망 메모'와 모 방송국 교향악단 음악감독 이력서등 각종 이력서들은 이수동씨가 군.검찰 등 권력기관에서부터 문화계에 이르는 광범위한 인사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씨는 이같은 인사개입 의혹에 대해 "이력서 등을 받아 보관하고 있었을뿐 실제로 인사청탁을 한 적은 없다"고 부인하고 있으나 청탁을 전혀 들어주지 않는 사람에게 이력서가 쇄도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특검팀의 시각이다. 더욱이 문건중에는 `월드컵 상암구장 매장운영 계획 및 경기장내 기념품 매장임대 절차도'도 포함돼 있어 주목되고 있다. 실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게 되면 이씨가 이같은 인사.이권 청탁을 받은 뒤 이를 상부에 실제로 부탁했는지와 청탁에 대한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는지 여부가 수사의 초점이 될 전망이다. ◇ 추가 금품수수 = 특검팀은 이수동씨 계좌를 추적한 결과, 김홍업씨의 측근인사인 김성환씨의 차명계좌로부터 이수동씨 본인 계좌로 수표 1천300만원, 이씨의부인 계좌로 수표 3천100만원이 입금된 사실을 밝혀냈다. 특검팀은 김성환씨의 차명계좌로부터 1억원이 빠져나가 이중 4천400만원이 이수동씨 및 관련 계좌로 유입됐고, 1천만원 가량은 아태재단 관계자들이 사용한 사실을밝혀냈다. 자금주가 누구인지에서부터 이수동씨에게 건네진 경위와 1천만원 정도의 수표가아태재단 관계자들에 의해 배서된 배경, 나머지 4천600만원의 사용처 등에 이르기까지 온갖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검팀은 우선 이 돈이 김성환씨 차명계좌에서 이수동씨측과 아태재단쪽으로 흘러들어가게 된 경위와 돈의 성격을 캐기 위해 자금의 흐름을 쫓고 있으며, 잠적한김성환씨를 출국금지시키고 신병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 돈이 이용호씨와는 무관한 자금일 수도 있다고 보지만, 차명계좌를관리해온 김성환씨가 수사망을 피해 잠적한 것에 비춰 어떤 식이든 비리에 연루된자금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검팀은 이용호씨와 무관한 자금일 경우 검찰에 넘기는 방안도 검토중이며, 확인과정에서 아태재단 또다른 관계자의 연루 여부 등 미묘한 문제가 불거질 경우 파장은 또다시 정치권으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기자 fai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