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부총재는 28일 탈당을 전격 선언하면서 시종 비감한 표정으로 탈당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98년 4월 대구 달성 보궐선거 직전 한나라당에 입당, 정치에 입문한지 약 4년만에 탈당이라는 중대한 정치적 결단을 내린 것인 만큼 긴장감과 향후 진로에 대한 불안감 등이 팽배해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기자회견장인 국회 의원회관 박 부총재 방은 50여명의 보도진이 몰려 정치권 안팎의 관심을 반증했다. 그는 회견 시간인 9시30분에 입장, '진정한 정치개혁을 원하면서'라는 탈당 회견문을 읽은 뒤 기자들의 질문에 응했다. 그는 회견 내내 이회창(李會昌) 총재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가감없이 드러냈고 정치개혁과 정당개혁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아쉬움을 표시하면서 신당 창당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그는 자신이 주장하는 정당개혁이 이뤄지지 않은 배경에 대해 "이 총재의 개혁의지가 어떤 지 모르겠다"면서 "이 총재를 둘러싸고 있는 (측근들이) 끌고 가려는것을 깨뜨릴 수 없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정치개혁과 정당개혁을 통해 시스템화된 정치를 하지 않으면 권력형 비리와 정치보복의 후진형 정치가 반복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부총재의 회견장에는 전당대회 준비기구인 '선택 2002 준비위원회' 박관용(朴寬用) 위원장이 나와 "이럴줄 모르고 박 부총재와 아침에 만날 것을 약속했다"면서 "선준위원장으로서 마음이 아프고 최선의 노력을 한 결과가 이렇게 돼 안타깝기그지 없다"는 심경을 토로한 뒤 박 부총재와 단독 밀담을 가졌다. 다음은 박 부총재와의 일문일답. --구체적으로 탈당을 결심한 시기는. ▲벽에 부딪혀 한계를 느꼈지만 마지막 지역의견을 듣고 결정하기 위해 미뤘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기존 정당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당분간 무소속으로 남아 있을 예정이다.정책정당으로 국익을 우선하는 정치이념을 가진 분들이 있다면 누구와도 정치를 할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대선후보가 되겠다는 결심에는 변함이 없나. ▲지금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가가 중요한 것이지내가 어떤 자리에 가고 안가고 하는 게 중요한 건 아니다. --국민 여망에 부응하는 사람이 있으면 대통령으로 지지할 생각인가. ▲그렇다. --신당이 생기거나 박 부총재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정당이 있다면 참여하나. ▲그렇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정당도 없고 구체적인 신당계획도 없다. 정치 이념이 같으면 같이 정치를 할 수 있다. --이념만 같으면 과거 5공세력 등 보수세력과도 같이 할 수 있나. ▲사람을 이렇게 저렇게 구별할 필요는 없다. --신당창당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주도적인 역할을 할 계획인가. ▲누구랑 교감이 있거나 계획이 있는 건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 할 일이다. --정몽준(鄭夢準) 의원과 사전 연락이 있었거나 행보를 같이 할 계획이 있나. ▲그런 것 없다. --외신기자회견에서 한국에 여성대통령이 나올 것이라고 했던데. ▲여성이 정치를 하면 깨끗한 정치를 할 수 있다. --탈당을 결심하는 데 당내외 인사들과 논의가 있었나. 추가탈당 가능성은. ▲당내에서도 나의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이 있으나 누군지 밝힐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문제까지 의논하지는 않았다. 내가 누구 얘기듣고 결정할 사람이 아니다. --당에선 탈당을 염두에 두고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한 것이란 의견도 있다. ▲정당개혁이 됐다면 내가 떠나지도 않았을 것이고 떠나서도 안된다. --박 부총재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은 이유를 뭘로 보나. ▲총재의 개혁의지가 어떤지 모르겠고 측근들이 그분을 둘러싸고 가려는 것을내가 깨뜨릴 수 없었던 것이다. --이번 탈당으로 이 총재와 한나라당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그런 것은 생각한 게 없다. 내 입장에서는 더 이상 당에 남을 수 없다. --이 총재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하자면. ▲권력형 비리는 모든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를 제도로,시스템으로 막지 않으면 안된다. 이 총재 지지율이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 것은 국민이 뭔가 말하고 싶어하는 것 아니냐. hjw@yna.co.kr (서울=연합뉴스) 황정욱 민영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