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화합의 무대'인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솔트레이크시티가 냉전의 장이 되고 있다. 개최국 미국의 석연치 않은 대회운영과 심판 판정 시비로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속에 국제사회는 냉전의 여파로 반쪽 대회가 됐던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과 1984년로스앤젤레스올림픽을 떠올리고 있다. 러시아의 분노는 22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이리나슬루츠카야가 미국의 사라 휴스에 밀려 금메달을 놓치면서 극에 달했다. 대회 초반 피겨스케이팅 판정시비 속에 캐나다에 추가 금메달을 내주는 공동수상의 촌극을 겪은 22일 크로스컨트리 여자계주에서 자국선수가 약물혐의로 실격당하면서 다시 폭발, 피해의식이 극에 달한 상태였기에 슬루츠카야의 패배 또한 미국의음모로 보고 있는 것. 현재 러시아빙상연맹은 이 경기에 대해 공식 제소한 가운데 러시아 의회는 23일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부당한 처사를 규탄하고 선수단의 폐막식 불참을 촉구하는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또 이고르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러시아는 우리 선수들에게 조성된 불리한 상황에 분노하고 있다"며 "IOC는 우리 선수들이 경기를 정상적으로 마치고 정당한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국민적 분노'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가운데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까지 기자들에게 "미국 선수들이 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분노는 이번 대회를 9.11테러와 보복전쟁의 연장선상에서 `애국올림픽'으로 만들려는 미국의 의지와 대립하며 대회를 파국직전으로 몰고 가고 있다. (솔트레이크시티 =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