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가 주도한 보물발굴사업에 당시 일부 해군 수뇌부가 관계돼 있다는 언론보도가 연일 계속되자 해군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이씨가 보물탐사를 위해 해군에 병력.장비지원을 요청했고, 그 자리에 이씨와 국정원 경제과장 등 4명이 동석한 사실이 확인된데 이어, 당시 이수용 해군참모총장(현 석유공사사장)이 국정원 국방보좌관(육군 소장)의 지원요청을 받고 지원검토를지시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사실로 확인된 것은 2000년 1월22일 오승렬 정보작전참모부장(당시 소장.현 참모차장)이 계룡대 해군본부로 찾아온 이형택씨와 국정원 김모 경제과장, 보물발굴 원사업자 최모씨와 조모씨 등 4명을 만났다는 것과, 경위야 어쨌든 해군은잠수함 구난함과 해난구조대(SSU) 등 장비.인력을 지원하지 않았다는 것 뿐이다. 이형택씨가 오 정보작전참모부장을 방문할 당시 방문일지에는 이씨와 국정원 경제과장 등 4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한 부분은 `2000년 1월22일 면담''이 단순히정식 면담요청을 통해 이뤄진 것일 뿐인지, 아니면 이 전 총장의 검토지시에 따라이뤄진 것인지 하는 것이다. 또 그에 앞서 당시 국정원 국방보좌관(소장)이 2000년 1월중순 이 전 총장을 해군본부로 찾아가 만났느냐는 부분도 있다. 우선 2000년 1월께 당시 국정원 국방보좌관이던 한철용 육군소장이 엄익준 2차장(작고)의 지시에 따라 이수용 해군총장을 찾아가 보물탐사를 위해 해군의 장비.병력의 지원을 요청했다는 것은 한 소장의 해명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소장은 25일 "정확한 날짜와 시간은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엄 차장으로부터 `해군총장을 만나 지원을 요청하는 게 좋겠다''는 얘기를 듣고 민원처리차원에서 당시 이 총장을 만났다"고 밝혔다고 황의돈 국방부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대해 처음에는 "외부로부터 어떠한 연락이나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던 이 전 총장은 "국정원 국방보좌관의 직책상 육.해.공군 총장을 찾아와 면담하고 가는 일은 흔하다"며 "당시 한 장군을 만나 그런 요청을 받았는지 현재로는 전혀 기억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2000년 1월22일 면담''의 성사 과정에 이 전 총장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와 현장실사가 실제로 이뤄졌는지 하는 부분은 앞으로의 진척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일단 현재로선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이 전 총장은 물론, 오 전 정작부장, 김 전 정작차장(예비역 준장) 등 해군 수뇌부는 "정식 면담요청을 통해 만나 지원불가를 알려줬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해군은 공식 입장을 통해 "현장실사는 없었다"고 밝혔으며, 이 전 총장 등 관련자들도 "구조함 동원없이 현장실사가 가능하냐"며 그런 사실이 없음을 강조했다. 이 전 총장이 다소 말을 바꾼 측면은 있지만, 한 소장이 "엄 차장의 부탁을 전했을 때 이 전 총장은 듣기만 하다가 거절했다"는 해명으로 미뤄 실제 하부에 지원검토 지시나, 현장실사 단계까지 진행되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 전 총장이 "기억에는 없지만 나와 만났다는 한 소장의 말이 사실이라면그것은 보물탐사 사업 초기라기 보다는, 먼저 해군 실무자들과 접촉해 `불가''하다는통보를 받은 뒤 다시 내게 민원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해 이형택씨가 처음에는 정식민원을 통해 `2000년 1월22일 면담''으로 지원요청을 거부당하자, 엄 차장-한 소장 라인을 통해 이 전 총장에게 재차 지원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을 것이라는추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 소장이 엄 차장의 부탁을 받고 이 전 총장을 만났다면, 과연 그것이엄 차장 선에서 그친 것인지, 당시 국정원장에게 보고된 것인지도 여전히 의혹이 남는 부분이다. (서울=연합뉴스) 이 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