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내각제에 모든 정치생명을 걸고 있다. DJP 공조를 한 것도, 또다시 대통령 선거에 나서기로 한 것도 내각제 실현을 위해서라는게 그의 주장이다. 김 총재는 또 ''보수''를 우리사회에 가장 필요한 이념으로 생각하고 있다. 다만 시대변화를 좆아야 한다는 현실을 인식, ''온고(溫故)''보다 ''지신(知新)''에 무게를 싣는 ''신보수''란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김 총재는 대선출마를 공식 발표한 다음날인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킹메이커''로 그냥 머물수 없었던 심경을 솔직하게 토로했다. [ 대담 = 김영규 < 정치부장 > ] ----------------------------------------------------------------- -지난 15일 대전에서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하셨습니다. 그 자리에서 ''신(新)보수''를 지향하는 신당 창당의 뜻을 밝히셨는데, 신보수의 지향점은 무엇인지요. "덜 된 진보주의자들이 보수주의를 공격하는데 보수라고 해서 수구반동은 아닙니다.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진운(세상의 변화하는 기운)에 뒤지지 않으며 이를 자기 것으로 섭취해 세상 발전에 기여하고 창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서로 나누는 것이 신보수입니다. 인간성을 바탕으로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옛 것을 익힌 다음 새로운 것을 배운다)''하는게 보수이지요. 물론 온고보다 지신에 무게가 더 실려야 합니다" -보수에 대한 일부 계층의 비판은 ''맹목적''이란 얘기로 들립니다. "지금 전통미덕을 파괴하는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망치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다 잘 사는 주의''를 내걸다 결국 ''모두 배고픈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사람들은 죄악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세상 고마운 줄 모르고 두려운 줄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사회를 어지럽게 하는 계층이 바로 이들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보수입니까. "전통문화를 올바르게 계승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찾으려는 신보수는 전통의식과 도덕성을 갖고 나라를 발전시키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입니다. 이러한 뜻에 찬동하는 사람들을 모아 새로운 시대를 여는게 당의 취지입니다" -총재께서는 줄곧 킹메이커 역할을 자임하셨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대선에 직접 나서기로 하셨습니다. 대선출마를 언제 결심하셨습니까. "그동안 번번이 내각책임제에 합의하고 도장을 찍은 사람들에게 속았습니다. 정말로 (내각제를) 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도와줄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나도 정치생명이 많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제 내가 나서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내각책임제를 위해 불을 지필 것입니다" -만년 2인자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인자면 어떻고 3인자면 어떻습니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정말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조국에 얼마만큼 기여하느냐 입니다. 평생동안 가슴속에 담아 왔던 이 나라 정치제도 개혁을 위해 제1인자에 도전할 겁니다" -김 총재의 화법은 독특한 은유를 담고 있어 언론에서도 해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른바 ''JP식 화법''을 자평해 주시겠습니까. "스트레이트로 표현할 수도 있고 때로는 은유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세상을 조금 여유있게 표현하고 해석하는 것도 운치가 있는 것이지요. 지난 번 (임동원 통일부 장관 해임요청시) ''중용의 도''를 얘기했으나 언론들이 다르게 해석합디다만…" -3김시대 정치의 특징과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을 평가하신다면. "(웃으면서) 이분들은 내가 직접 도와드렸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3김이라며 나를 함께 묶는 데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두 분은 대통령을 하셨거나 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의 관계를 놓고 다양한 관측이 나돕니다. 이제 한나라당과의 연대는 완전히 물건너간 겁니까. "한때 이회창 총재가 나와 우리 당에 대해 있지도 않은 거짓말을 하고 험악한 비난을 했기 때문에 비판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내 후회했습니다. 배웠다는 내 자신이 좀 모자랐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각책임제를 하겠다는 확실한 신념이 보이면 협력할 것입니다" -충청도의 민심이 한나라당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충청도 민심이 달라진데는 우리 자민련에 책임이 없지 않습니다. 믿음성이 덜 가는 정당과 공조해서 그 정체성이 애매하다는 비판이 있었고 결국 자민련이 일방적으로 당한 데에 큰 원인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충청도 사람들이 조변석개하는 분들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압니다. 우리가 의지를 굳히고 떳떳이 걸어 나가면 자민련을 탄생시킨 충청도가 애정을 되살려 주리라고 믿습니다" -지역감정 문제가 선거철만 되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망국병을 없앨 수 있을까요. "지역감정은 한마디로 대통령중심제란 제도에서 비롯됐습니다. 내 손으로 우리 고장에서 나온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 폐쇄적 지역주의 때문에 오늘날 동서가 갈라지고 증오의 골이 깊어졌습니다. 지역갈등 해소의 근본 치유책은 대통령제를 폐지하는 것입니다. 내각책임제를 실시하면 망국적인 지역갈등은 분명히 해소됩니다" -자민련은 공동정부의 한 축으로 현 정권의 개혁정책을 함께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개혁정책의 결과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입니까. "현 정부는 4대개혁(기업.금융.노사.공공)에 손을 댔지만 토양화를 이루는데 실패했습니다. 세상 사물은 그 자체가 지니고 있는 본성이 있습니다. 의욕을 상실하도록 (공공기관 및 사회를) 벌집을 건드려 놓았습니다. 다음 대통령은 이를 제대로 수습해야 합니다" -강남 집값 폭등 문제가 심각합니다. 이로 인해 갈수록 중산층이 얇아지고 양극화 현상으로 가고 있습니다. 근원적인 해결책은 없을까요. "최근 계층간의 소득격차가 9배에 이르는 빈부 분단의 조짐이 보이는 것은 매우 우려할 만한 일입니다. 중산층을 두텁게 하는 것만이 소득의 양극화 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중산층 육성은 국가의 개입보다는 기업을 통해 간접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즉 고용확대의 주체인 기업에 대해 규제완화 세제개선 등으로 제도적인 지원을 강화해야 합니다" 정리=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