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경제위기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주일여 만에 재개장한 증시가 폭락세로 돌변하고 예금인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한동안 주춤하던 폭력시위도 고개를 들고 있다. 내각이 일괄사의를 표명하는 등 정국혼란도 우려된다. 아르헨티나의 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신흥국가 등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확산되지 않고 있다. ◇주가폭락·예금인출 러시=28일 재개장한 부에노스아이레스 증시의 메르발지수는 8.5%나 급락했다. 휴장(21일) 직전 며칠동안 급등세를 보였던 주가는 재개장과 동시에 달러화 매입자금을 마련하려는 투자자들이 일제히 팔자에 나서면서 폭락세로 돌변했다. 내달 중순부터 유통될 예정인 제3통화 '아르헨티노'가 페소화 평가절하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달러화 환전을 위한 예금인출도 러시를 이루고 있다. 지난 3일 현금인출 한도를 매달 1천달러로 잠정제한한 조치에 대한 소송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28일 하루에만 5백여건의 관련소송이 부에노스아이레스 법원에 제기됐다. 소송이 급증하자 아르헨티나 대법원은 이날 정부의 예금인출제한 조치가 위헌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폭력시위 재연·내각 일괄사의=페르난도 데 라 루아 전 대통령의 사임 이후 한동안 진정조짐을 보이던 소요사태가 다시 확산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수천명의 시위자들은 28,29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정부에 예금인출제한조치 전면철폐,부패각료 사임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중 일부는 29일 새벽 의사당 건물에까지 난입했으며 이틀간의 시위로 수십명이 다쳤다. 소요가 확산되면서 출범한지 1주일밖에 안된 임시내각은 29일 전격적으로 일괄사의를 표명했다. 이로써 아돌포 로스리게스 사아 대통령의 사임 수락 여부에 관계없이 '2개월 시한부 정부'의 앞날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아르헨티나 사태가 혼미를 거듭하고 있지만 그 여파가 신흥국 등으로 확산되지는 않고 있다. 한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말 로드리게스 사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아르헨티나에 기술적 지원을 해줄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아르헨티나와 지원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