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D램업체 2위인 마이크론이 3위 업체인 하이닉스반도체의 D램사업 부문을 인수하는 방향으로 두 회사간 협상이 가닥을 잡아감에 따라 세계 D램업계 순위에 대대적인 판도변화가 예상된다. 당장 세계 1위 업체인 삼성전자가 2위로 밀려나게 된다. 협상 결과에 따라서는 국내 반도체산업 기반의 약화와 헐값 매각, 국부 유출 등의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세계 D램업계 지각변동 =현재 세계시장 점유율 18.7%를 확보하고 있는 마이크론이 도시바(6.1%)에 이어 하이닉스(17.1%)의 D램사업 부문까지 가져가면 세계시장 점유율 41.9%의 1위 업체로 도약하게 된다. 1위인 삼성전자(지난해 20.9%, 올해 30%선 추정)보다 10%포인트 이상 많게 된다. 기술 및 원가경쟁력의 우위를 활용, D램시장 침체기에 시장 점유율을 높여온 삼성전자로서는 당장 시장 지배력과 가격 주도권의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 헐값 매각과 국내 반도체산업 기반 약화 우려도 =두 회사간의 협상에서 핵심이슈는 하이닉스 D램사업의 가치를 얼마로 산정하느냐 하는 부분. 자칫 대우차와 같은 헐값 매각 시비가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구조특위측은 시장 가치에 따라 공정하게 인수가격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닉스측은 살로먼스미스바니(SSB)와 매킨지가, 마이크론측에서는 골드만삭스가 각각 협상을 대리하고 있다. 세계적 평가기관인 만큼 어느 한쪽에 불리한 가격이 결정될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하지만 세계 반도체산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상과 산업기반의 약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협상이 성공할 경우 하이닉스가 보유한 13개 팹(fab.반도체 일관생산라인)중 5∼6개가 마이크론에 넘어간다. 마이크론의 글로벌 경영전략에 따라서는 자칫 연구개발(R&D) 기능을 상실한 단순 생산기지로 전락하거나 아예 폐쇄될 가능성도 있다. 구조특위측은 이에 대해 마이크론이 하이닉스 실사이후 자사의 이탈리아나 싱가포르 공장 등에 비해 뛰어나다고 평가한 만큼 극단적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