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는 '닷컴 빙하기'라고 불릴 만큼 인터넷을 비롯한 IT(정보기술) 벤처업계가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 속에도 '스타'는 있었다. 오랜 시간 한 우물을 판 결과 얼어붙은 코스닥을 녹이고 황제주로 등극하거나 국내 기업들이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해온 외국업체로부터 거꾸로 로열티를 받아낸 기업,틈새시장을 발 빠르게 공략해 해당 분야의 강자로 부상한 업체를 키워낸 기업인이 그들이다. 2001년 경기 침체기를 잘 버텨낸 것은 물론 일각에서 고개를 드는 'IT 벤처인에 대한 불신'까지 녹여준 IT 벤처 스타들을 꼽아본다. 안철수 (주)안철수연구소 사장 =올 9월 코스닥에 등록한 안철수연구소는 공모 때 4백47대 1이라는 경이적인 경쟁률을 기록했고 등록 후에는 수일 연속 상한가를 치면서 황제주로 등극했다. 업계에서는 안철수연구소가 이런 성과를 낸 원동력으로 "돈은 기업활동의 목적이 아니라 결과다. 영혼을 갖고 열심히 일하면 이윤도 많이 나고 영속할 확률도 높아진다"는 안철수 사장의 철학을 꼽는 이들이 많다. 안 사장은 벤처 붐이 일던 2000년, 코스닥에 등록하라는 주위의 권유를 물리치고 꿋꿋이 버텼다. 올해 등록 때도 "주가가 너무 치솟으면 최고경영자에게 부담이 되고 투자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주가가 지나치게 높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해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를 위해 그는 2000년 매출을 발표할 때 그 중 일부를 2001년으로 넘겨 규모를 줄이는 '거꾸로 가는' 정책을 취했다. 또 지난 90년대 중반에는 세계 최대 백신업체인 미국 맥아피로부터 회사를 1천만달러에 팔라는 제의를 받고도 거절했다.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지킬 때 원칙의 진정한 의미가 있다"는 그의 말은 많은 반향을 일으켰고 올해 펴낸 '영혼이 있는 승부'라는 책은 베스트셀러 대열에도 올랐다. 이동헌 네오엠텔 사장 =네오엠텔은 퀄컴과 모토로라로부터 로열티를 받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국내 모든 휴대폰 업체들이 로열티를 주고 있는 퀄컴에게서 오히려 로열티를 받고,세계적 휴대폰업체인 모토로라에 원천기술을 공급했다는 사실은 개별 기업뿐 아니라 국내 IT업계 전체의 자긍심을 높여 주기에 충분했다. 이동헌 사장과 네오엠텔의 성공담은 시장을 읽는 선견지명과 목표를 향해 똘똘 뭉치는 벤처 정신, 그리고 뛰어난 기술력으로 요약된다. 이 사장은 일본 무선 인터넷 시장을 조사하다가 휴대폰으로 정지화면을 전송하는 NTT도코모의 아이모드가 선풍적 인기를 끄는데 주목했다. 그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움직이는 영상을 휴대폰을 통해 주고받도록 하는 솔루션(SIS.Simple Image Service)을 개발했다. 이 솔루션은 개발한지 8개월 만인 2000년 6월 국내 4개 이동통신업체에 무선인터넷 표준 동영상으로 채택됐고 올해부터는 퀄컴과 모토로라에도 공급되고 있다. 두 회사에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네오엠텔은 전세계 휴대폰 시장의 40%에 자체 기술을 공급하게 됐다. 네오엠텔의 올 매출은 40억원 규모지만 본격적으로 로열티가 들어오는 내년엔 3백억원 선으로 껑충 뛸 전망이다. 박성찬 다날 사장 =다날은 휴대폰 대금결제서비스 분야에서 1위를 달리는 기업이다. 다날의 성공은 사업성 있는 분야를 재빨리 간파해 집중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99년 1억2천만원에 불과하던 이 회사 매출은 휴대폰 결제서비스와 벨소리 다운로드를 시작한 2000년 40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1백5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다날에 대해 휴대폰이라는 황금시장을 기반으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한 결과 성공한 기업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날은 국내 업체 가운데 가장 빠른 지난해 7월 휴대폰 결제 서비스(텔레디트)를 시작했다. 현재 엔씨소프트 네오위즈 넥슨 SBSi 등 이 분야 주요 업체 7백여곳을 고객으로 확보해 시장 점유율이 40%에 이른다. 휴대폰 벨소리 다운로드 서비스는 월 6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올해 총 70억원의 매출을 거둘 전망이다. 벨소리 다운로드 시장에서 다날의 점유율은 25%에 달한다.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은 지난 10월 국내 닷컴업계에 최대 이슈가 된 2가지 문제를 제기하면서 국재 IT 벤처 핵심 주자이자 최대의 화제 메이커로서의 위치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 첫째는 한국MS를 상대로 윈도XP 운영체제(OS) 판매금지 소송을 낸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량 e메일에 대한 유료화 방침을 밝힌 것이다. 다음은 소장에서 "MS의 윈도XP는 MSN메신저 디지털사진 등 응용 소프트웨어를 기본 탑재함으로써 비교 선택할 수 있는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다른 업체의 경쟁 기회를 박탈했으므로 판매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다음이 '스팸메일을 줄이기 위해' 필요하다며 제기한 대량 e메일 유료화 방침은 국내 40여개 업체가 모임을 만들어 공동 대응할 만큼 거센 반대에부딪혔다. 유료화 동기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 어쨌든 다음의 문제제기는 '기반 서비스는 수익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당위론을 일깨운데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범수 NHN 공동대표 =김범수 NHN 공동대표는 올 초 시도한 '한게임' 유료화를 성공시켜 게임 유료화에 대한 주변의 우려를 잠재운 것은 물론 게임 매출이 NHN 전체의 절반에 이르도록 만들어 한게임을 효자 아이템으로 발돋움시켰다. 한게임은 유료화 이후 올 상반기 33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하반기에만 8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게임 사이트에 많은 접속자가 몰리는 것과 매출은 별개라는 지금까지의 인식은 한게임의 유료화 성공으로 단번에 깨졌다. 한게임은 수출에서도 선두를 달린다. 한게임은 지난 6월부터 일본 NTT도코모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구'에 서비스하고 있으며 지난 8월부터는 야후 재팬에도 게임을 공급중이다. 조정애 기자 j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