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공식적으로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서 벗어났으나 경기 침체와 공적자금 상환 부담 등 아직도 불안 요인이 상존하고 있어 새로운 국제 질서에 대응하는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삼성경제연구소 유용주 수석연구원은 28일 한국 경제의 구조개혁은 외형적인 성과를 거뒀으나 자율적 구조조정과 질적 개선이 미흡했고, 정부주도에서 시장주도로 넘어가는 과정이 순조롭지 못해 후유증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IMF체제 4년과 한국경제 지난 8월 IMF 지원 자금 195억달러를 예정보다 3년 앞당겨 상환했으며 경제지표들도 IMF체제 이전 수준을 회복하거나 웃돌고 있고 외환보유고는 세계 5위 수준으로확충했으나 경기침체 지속과 공적자금 상환부담 등 불안요인이 남아있다. IMF 프로그램은 외환 확충, 구조조정 등의 성과를 냈으나 과도한 개혁 속도, 국내 현실과의 부적합성, 성장잠재력 악화 등의 악영향을 유발했다. 구조 개혁은 외형적으로 성과를 거뒀으나 자율적 구조조정이 미진했다. 금융 기관의 정리와 공적자금 투입조치는 대외 신인도를 높이고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증대시켰으나 형평성과 부실 책임문제, 사후관리 및 상환,신(新)관치금융 등의 부작용을 낳았다. 정부는 또한 기업과 노동, 공공 부문에 개혁을 집중해 기업부실 정리와 근로조건 개선, 행정구조 개편 및 인력 감축 등의 효과를 거뒀으나 도덕적 해이와 제도 정착에 필요한 인프라 미비, 중앙 행정기관 비대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4년간 각 부문별 변화 외국인 투자와 무역수지 흑자로 외환보유고는 외환위기 당시 39억달러에서 지난15일 현재 1천8억6천만달러로 증가했으며, IMF 자금 상환으로 총외채는 97년말 1천592억달러에서 지난 9월말 현재 1천250억달러로 줄어들었다. 국가신용등급은 지난 99년 1월 투자적격을 회복한 이래 지속적으로 상향돼 지난 12일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한국의 등급을 BBB에서 BBB+로 상향조정했다. 그러나 외국 자본이 금융시장의 핵심으로 부상해 외국인의 국내 상장주식 보유비중이 97년말 14.6%에서 지난 10월말 현재 35.5%로 급상승, 국제금융시장의 움직임과 외국인의 매매 패턴에 따라 국내 외환 및 주식시장이 요동하고 있다. 99년 이후 미국에서 시작한 IT산업 활황이 국내 벤처로 이어져 경기를 호전시켰으나 지난해 중반 이후 세계 IT경기가 급랭하고 미국경제가 침체 기미를 보이면서 국내경기가 동반 침체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지난해 재정수지는 경기회복에 따른 세수 증대로 흑자로 전환했으나 공적자금투입에 따른 이자부담과 미회수 문제가 크다. 지난 10월말 현재 투입된 공적자금은총 150조6천억원으로 이 가운데 회수분은 25.0%(37조7천억원)에 불과하다. 정부주도의 구조조정에 따른 대우와 현대그룹의 해체로 삼성과 LG, SK 즉 `빅3'가 30대 그룹 자산 총액의 38.6%를 차지하게 됐다. 지난해 `빅3'계열사들은 11조원의 순이익을 냈으나 나머지 30대 그룹은 8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앞으로의 과제 대외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해 외환위기가 초래됐음을 명심하고 경험을 거울삼아 급변하는 세계 경제의 이상 징후를 점검하고 대외 충격을 흡수할 수있는 안전판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미국 테러사건 이후 예견되는 국제 정치.경제질서 재편에 대응해 국가 전략 차원에서 프로그램을 마련, 테러전쟁 종결 후 미국 중심의 세계화가 수정되고 유럽과 중국이 부상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에 대한 국제 금융계의 우호적 평가를 성장 잠재력 확충의 계기로 연결해 적극적인 구조 개혁으로 여타 신흥국과 차별성을 부각시켜야 한다. 기업가 정신의 복원이 성장 엔진을 다시 가동할 수 있는 핵심 관건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기업과 기업가를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기업관련 규제 폐지, 금융시장 인프라 보완 등 유.무형의 유인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는 경제 주체들간의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조정자로서 정부.기업.국민간의 유대와 협력관계를 강화해야 하며 정치권도 국가 백년대계를 구상해 실천하는데 매진하면서 지속적으로 공공부문을 혁신해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이동경기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