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푸둥지구내 장장하이테크단지(張江高科技園區). 그레이스반도체(GSMC),SMIC,상하이베링,타이룽반도체 등 중국의 반도체 업체들이 몰려있는 이곳에서는 요즈음 설비확장을 위한 각종 공사가 한창이다. GSMC 현장에는 8개나 되는 대형 크레인이 동원돼 터닦기 공사를 벌이고 있다. 동행한 삼성전자의 관계자는 "1개월 전만 해도 크레인이 없었다"며 설비확장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단소속 엔지니어인 인홍 부경리는 "2백-3백명의 대만 기술자들이 공사를 주도하고 있다"며 "기초를 단단히 다지기 위해 다른 반도체 공장의 2배나 되는 파일을 박고 있다"고 자랑했다. SMIC는 올해 건설한 1공장과 3공장에 웨이퍼를 투입,지난 9월부터 시험생산에 들어간 데 이어 다른 한쪽에서는 2공장 건설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이 회사에서 일하는 1천2백명의 기술자 중 5백명은 대만과 일본 미국 등지에서 수입됐다. 하루가 다르게 건물이 올라가고 어느새 장비들이 설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이 국가차원에서 반도체 산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벌이며 한국을 추격하고 있다. 반도체 메이저들이 기술이전을 기피하자 회로선폭 0.18㎛(미크론,1백만분의 1m) 기술은 독자개발에 착수했다는 얘기도 들렸다. 푸둥지구 진차이지역에 있는 화훙NEC에 0.18㎛급 설비가 들어가고 있다는 것. 상하이 현지의 반도체 메이저업체 관계자는 "0.18㎛급 기술개발이 쉽지는 않겠지만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기술이 개선되고 있다"고 전했다. 화훙NEC의 모기업인 화훙그룹 부회장 겸 상하이반도체협회 부회장인 장슈레이는 "아직 0.18㎛ 기술을 개발하지는 못했으나 내년쯤이면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이 기술을 내년에 확보하게 된다면 한국과의 기술 격차는 10년에서 3~5년 정도로 줄어들게 된다. 물론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탄탄대로만을 걸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중국은 90년대 들어 '908계획'과 '909 계획' 등 대대적인 반도체 육성계획을 추진했지만 그 결과로 탄생한 반도체 업체들은 반도체 불황을 맞아 고전하고 있다. 공장은 한두 개에 불과한데 각종 발전시설 용수시설은 다른 업체들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GSMC 설립에 깊숙이 간여했던 장쩌민 국가주석의 아들 장민헝이 손을 뗐다는 소문도 있다고 현지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중국은 그 뒤 해외업체를 유치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으나 삼성을 비롯 후지쓰 인텔 IBM 등 중국에 진출한 대부분의 반도체업체들은 기술유출을 우려,조립과 테스트 공장을 운영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 상하이 반도체협회 장 부회장은 삼성전자 관계자와 동석한 자리에서 "선진 반도체 기업들의 큰 결심이 필요한데 삼성이 아직 결심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삼성은 앞으로 3년내에 중국에 들어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상하이=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