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과 아무도 없는 곳에서 둘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땐 콰이강을 따라 칸차나부리로 가보자. 뗏목에 몸을 싣고 느릿느릿 강을 따라 흐르면 숲과 물과, 연인이 하나가 된다. 칸차나부리는 태국 서부에 위치한 주(州). 방콕에서 1백30km 떨어져 있는 이곳은 울창한 밀림 때문에 '원시의 자연'을 체험하려는 서양인들에게 인기있는 관광지다. 특히 밀림을 가로지르는 콰이강 주변 숲속엔 호랑이도 살고 있단다. 죽음의 철도 =방콕에서 기차로 3시간을 달려 닿은 칸차나부리. 밀림탐험은 '죽음의 철도'를 달리는 기차로 갈아 타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열차를 타면 금세 다른 세상. 창 밖은 온통 빽빽한 밀림이다. 갑자기 앞자리 금발의 소녀가 '와우'하며 놀란다. 밖을 내다보니 시퍼런 강물이 발 아래 흐른다. 기차는 절벽 중간을 가로지르며 '죽음의 계곡'에 올라선 것. 이름처럼 깊고 어두운 계곡을 내려다 보면 현기증이 난다. 승객들은 머리를 창 밖으로 내밀고 강과 밀림을 향해 저마다 소리를 질러댄다. 몬족(族)마을 =기차가 멈춘 사이욕의 탐그라세역에서 보트를 갈아타고 10여분. 미얀마 소수민족 몬족(族)사람들 2백여명이 모여 사는 마을이 나타난다. 대나무에 짚을 얹은 집에 사는 이 부족들은 공예품을 만들거나 관광객들에게 민속춤을 보여주고 돈을 번다. 5명으로 구성된 몬족 전통 악단의 경쾌한 선율에 맞춰 소년소녀들이 화려한 옷을 입고 춤솜씨를 뽐낸다. 태국 춤과는 완전히 달라 빠르고 경쾌한 동작이 이어지면서도 선이 곱다. 코끼리트레킹 =강가에 난 커다란 발자국을 따라가면 코끼리농장. 10여 마리의 코끼리가 사람을 보자 먹을 것을 달라고 코를 내민다. 밀림여행의 백미는 역시 코끼리 트레킹. 집채만한 코끼리 등에 올라타 숲길을 따라 가면 어질어질 하늘이 움직인다. 머리를 스치는 나뭇잎을 따 모자에 꽂으면 타잔이 된 기분. 어느새 숲을 벗어난 코끼리가 강물로 들어간다. 어슬렁어슬렁 물을 가르며 가던 코끼리가 코를 세워 시원한 물벼락을 쏟는다. 대나무 뗏목래프팅 =강가의 나루터엔 대나무 뗏목이 기다린다. 사공은 있지만 노를 젓지는 않고 방향만 바꾼다. 물살에 따르는 뗏목위에 몸을 실으면 들리는 건 강물소리 뿐. 몸을 뉘어 본다. 검푸른 산봉우리 모양이 새를 닮은 듯, 호랑이 머리를 닮은 듯 각양 각색이다. 그 아래 촘촘한 야자나무 잎이 노를 젓던 사공이 흥얼거리는 알 수 없는 노래를 따라 한들거린다. 물길 따라 하염없이 가면 어디일까. 이렇게 뗏목 위에 누워 지는 해에 반짝이는 물결을 볼 수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칸차나부리(태국)=신경훈 기자 khs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