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각료회의가 유럽연합(EU)와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막판 양보로 대타협을 이뤄냈다. 당초 폐막 예정일(13일)을 넘기고 밤샘 협상도 마다않은 1백42개 WTO 회원국 대표들의 노력이 결국 '뉴라운드 출범'이라는 열매를 맺게 했다는 평이다. 지난 99년 시애틀 회의의 좌절을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WTO 회원국들의 공통된 인식도 타협을 이뤄내는 밑바탕이 됐다. .도하 각료회의 개막 이후 줄곧 진통을 거듭하던 뉴라운드 출범 논의가 '타결'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완강하게 버티던 EU가 14일 낮(현지시간)부터 농업 수출보조금 및 환경 이슈에서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부터. 파스칼 라미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이날 "EU는 새로운 국제 무역협상을 출범시키자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밝히면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된 것. 라미 위원은 "EU 협상위원으로서 이미 상정된 합의문에 찬성할 권리를 본부로부터 위임받았다"고 발표, 더 이상 뉴라운드 출범의 장애가 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기도. WTO도 이같은 입장 변화에 보답하는 듯 그동안 EU가 결사적으로 반대해온 농업보조금의 '단계적 폐지'란 용어 앞에 '협상 결과를 미리 판단하지 않고'라는 수식어를 포함시킨 새 수정안을 제안했다. .개발도상국 입장을 대변해온 인도 역시 이날 전향적인 자세 변화를 보여 '뉴라운드 출범'의 또다른 공신으로 평가되기도. 환경 문제를 무역과 연계하는데 강력하게 반대해 왔던 인도 대표단 관계자도 이날 "WTO 회원국의 일원으로서 뉴라운드 출범이 실패하는 것을 생각하고 싶지 않다"며 그동안 요구해 왔던 협정 타결의 전제조건을 철회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 .난항을 거듭한 이번 각료회에서는 개도국의 강력한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최빈국 지원문제 등을 다루는 '기타 분과위원회 회의'가 긴급 설치되기도 했다. 지난 10일부터 농업 규범 이행 공중보건 등 지식재산권 협정(TRIPs) 환경 투자.경쟁 등 6개 분과위로 진행되던 이번 각료회의 구도는 개도국의 반발이 이어지자 새로운 분과위를 설치하는 기동성을 보였다. .카타르 각료회의 의장인 유세프 후세인 카말 의장(카타르 재경부 장관)은 지난 12일 밤 30개 주요국 대표가 참석하는 그린룸 회의(밀실 회의)까지 열어 협상 타결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자아냈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판명됐다. 이와 관련, 대부분의 개도국들은 그린룸 회의에 대해 선진국들의 밀실 회의라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물론 한국은 그린룸 회의에 참석했다. .이런 가운데 다시 그린룸회의와 양자협상, 프렌즈 회의 등 크고 작은 하루 20~30회의 각종 회의가 거듭됐다. 13일밤 11시에는 뉴라운드 출범을 결정짓기 위한 최종 회의가 소집돼 새벽 2시까지 계속됐으나 역시 난상토론만 거듭한 끝에 원점으로 돌아갔다. 다시 14일 새벽 회의가 열렸고 4차 초안이 다시 작성되는 등 회의 속개를 위한 노력들이 계속됐으나 회의 전망에 대한 부정적 견해들만 높아지면서 팽팽한 대립상만 되풀이됐다. 4차 초안은 특히 언론에는 철저한 대외비로 부치는 등 주최측이 보안에 극도의 신경을 쓰는 모습. 이번 회의에서 상당한 양보를 했다고 자타가 인정하고 있는 미국은 당초 자신들의 양보로 뉴라운드 출범 결의가 쉽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전망이 빗나가자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 미국은 반덤핑 협정을 개정하자는 한국 일본의 요구에 대해 일단 '원칙'을 받아들이는 타협안을 제시하는 등 비교적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도하(카타르)=정한영 특파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