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를 아끼자] '原油 덜쓰는 경제' 이젠 생존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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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소비증가율 세계 2위, 석유소비 세계 6위, 총에너지 소비 세계 10위"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다소비국으로 꼽히는 한국의 현주소다.
에너지 소비가 많은 만큼 우리 경제는 국제유가 변동에 지극히 민감한 구조를 갖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 경제 전반의 위기감이 증폭되는 반면 국제 원유가격이 떨어지면 경제 전반에 걸쳐 부담을 덜게 되는 '에너지 가격 민감형 경제구조'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정도만 올라도 무역수지가 10억달러 악화되고 경제성장률이 0.1%포인트 하락하며, 물가는 0.17%포인트 오른다는 분석이 나와 있다.
국제유가가 한때 30달러를 크게 웃돌았던 지난해 하반기를 되돌아보면 유가 급등에 대한 우리 경제의 취약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알 수 있다.
당시 연일 상승세를 보이던 원유 값 때문에 기업들은 늘어나는 원가 부담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고 정부는 가파르게 증가하던 원유 도입액을 고스란히 외화로 내줄 수 밖에 없었다.
유가 상승으로 인해 에너지수입액은 99년 2백27억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3백76억달러로까지 늘었다.
사회적으로도 '차량운행 10부제'를 공식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이 거론될 정도로 위기감이 컸다.
국제유가 변동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경제구조로 이행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 그리고 소비자 개개인의 노력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요즘처럼 국제 원유가가 낮은 때일수록 오히려 '에너지 파동'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에너지 절약 노력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의 저유가 추세가 내년 또는 내후년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총성이 끊이지 않는 중동지역 정세와 늦어도 내년 하반기부터는 회복세를 탈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 경제 흐름도 국제유가 폭등을 불러올 수 있는 중요한 변수로 꼽히고 있다.
기본적으로 한정된 자원일 수 밖에 없는 원유는 조그만 여건 변화만으로도 비싼 값을 주고 사와야 하는 원자재로 돌변하게 마련이다.
지구촌 환경 문제가 전세계적인 통상이슈로 떠오른 점도 우리 경제에서 에너지 절약이 당면 과제로 떠오른 이유의 하나다.
최근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마침내 지구온난화 현상을 막기 위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축소를 의무적으로 이행키로 했다.
우리 정부는 아직까지 온실가스 감축을 분명한 의무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선진국들의 의무 부과 압력이 날로 거세어지고 있다.
앞으로 해외와 우리 정부간 첨예한 대립과 갈등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새로운 통상압력으로 대두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온실가스 배출은 기본적으로 에너지 소비 증가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 소비를 지속적으로 줄여 나가는 노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에너지 가격변동에 따른 경제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에너지 다소비형 경제구조를 저소비형으로 바꿔 가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고 국민생활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에너지 소비 증가가 불가피한 현상이긴 하지만 각 분야의 에너지 이용효율을 높여 에너지소비 증가율을 지속적으로 낮춰 가기 위해서다.
정부가 내놓은 에너지 절약 정책의 핵심은 모든 에너지 소비가 각종 설비와 전기기기를 통해 이뤄지므로 에너지관련 기기의 이용효율을 높이는 것.
특히 전체 에너지 소비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산업부문의 에너지 절약을 위해 에너지 절약 투자에 대한 자금 융자, 세액 공제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장기적으로 에너지 절약형 공정을 개발, 획기적인 에너지 절감을 이루도록 유도하되 단기적으로는 노후 보일러 및 전기시설의 고효율화만으로도 에너지 절약의 여지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소비자 개개인의 과다한 승용차 운행 자제 및 냉장고 등 가전기기의 에너지 고효율제품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아울러 대규모 아파트 단지 등을 중심으로 에너지효율이 낮은 조명시설을 고효율 제품으로 바꾸는 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중이다.
김상열 산업자원부 자원정책심의관은 "가정용 조명기기 등을 고효율 제품으로 대체하고 승용차 운행을 자제하는 등의 단기적인 절약 노력만 제대로 이뤄져도 현재 에너지 소비량의 8%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를 지난해 에너지 수입액으로 환산하면 30억달러가 넘는다"고 말했다.
김 심의관은 "정부는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의 에너지 수요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첨단 지식산업 육성 및 에너지 절약형 도시계획, 기본적인 에너지 소비패턴을 절약형으로 유도하기 위한 가격 정책과 세제 개편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