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은 10.25 재보선 완패로 나타난 민심의 '겸허한 수용'에 공감하면서도 정국인식과 민심수습 방안 등에 대해선 이견이 노출되는등 재보선 이후 정국대처를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특히 일부 대선주자 진영을 중심으로 그동안 제기돼온 후보 조기가시화론이 확산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그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어 앞으로 이 문제를 둘러싼 당내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또 일부 당직자들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초재선 그룹중 일부는 '개혁적 인사'의 당정 전진배치 등 전면적인 당정쇄신을 다시 제기하고 나선 반면 여권 핵심부는한광옥(韓光玉) 대표체제의 불변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민주당은 26일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열어 재보선 이후 대책을 논의했으나 이러한 이견으로 내부 단결과 시스템의 전면정비라는 원칙적 입장외에는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조만간 최고위원 워크숍을 열어 다시 논의키로 했다. 최고위원 워크숍이 열리면 후보 조기가시화와 이를 위한 전당대회 조기개최 문제 등이 공론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광옥(韓光玉)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과정에서 나타난 극한 대결을 지양하고 여야간 대화를 통한 생산적인 정치를 위해 국민의 요구를 수용하고 야당과도 호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 대표는 지도부 책임론에 대해 "당대표로서 책임을 느끼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하고 "앞으로 후보 조기가시화를 포함해 모든 것을 당내 공식기구 등을 통해 의견을 취합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보 조기가시화론과 관련,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의 한 측근의원은 "국민이지지하는 사람 중심으로 당이 희망을 가져야 한다"며 지방선거전 조기가시화 필요성을 주장했고, 중도파의 한 의원도 "민심이반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선 당이 구심점을 갖고 단결해야 하므로 내년 3-4월에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은 "내년 월드컵대회때까지 경제를 살리고 대북정책을 지속 추진해야 하는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시기"라며 조기 전대에 반대입장을 재확인했으며, 개혁파의 다른 의원도 "여당마저 후보가 조기가시화되면 국가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대선경쟁이 과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천정배(千正培) 의원은 "현 상황은 후보를 조기가시화하거나 사람 몇명을 바꾼다고 개선될 것으로 기대할 수 없을 만큼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하다"며 "당의 주체를 민주개혁연대로 바꿔 이들이 개혁을 추진하고 부패를 척결하며 지역화합을 통해 지역구도를 정면으로 극복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핵심 당직자도 "여권 시스템 전반을 점검, 새로 태어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번 선거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지만 어차피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정국구도가 크게 바뀔 것으로 보지 않으며 이제 민생.경제.반테러 등 국가적 목표를 위해 여야가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말해 현체제 유지와 대야 협력을 통한 정국운영에 나설 뜻을 시사했다. 한편 정세균(丁世均) 기조위원장, 신계륜(申溪輪) 조직위원장, 전용학(田溶鶴) 대변인 등 일부 당직자는 이번 재보선의 패배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영기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