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표정이 요즘 그리 밝지 않다. 김영삼(金泳三.YS) 전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JP) 자민련 총재의 신당설 등으로 정치권이 술렁거리고 있고, 당내 보혁(保革) 갈등은 여전히 휴화산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총재의 지도력에 대한 일부 중진들의 불만이 없지 않고, 향후 정국주도권의 향방을 가를 서울 구로을과 동대문을 등 10.25 재보선에서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여야 영수회담 하루만에 안택수(安澤秀) 의원의 '대통령 하야' 발언으로 여야가 다시 강경 대치하게 된 것과 관련, 이 총재도 정치적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완전 자유로울 수 없는 분위기다. 특히 김대중(金大中.DJ) 대통령과의 관계나 시국관이라는 측면에서 '우군'일 수밖에 없는 YS와 JP를 경원시함으로써 이들이 결국 '신당 창당'쪽으로 방향을 잡게 한데 대해서도 당내 비판론이 적지 않다. 한 핵심당직자는 11일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우군은 많을 수록 적군은 적을 수록 유리하다는 것은 정치권의 일반 상식"이라며 "그러나 이 총재는 이런 기본상식에 배치되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당직자는 또 "당내 제세력을 아우르기 위해 어느 일방을 편들기 힘든 이총재의 고민은 이해한다"면서 "그러나 주변의 얘기만 듣고 YS와 JP, 특히 JP를 멀리한 것은 전략적으로 큰 실수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물론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10.25 재보선 공천도 문제가 적지 않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를테면 ▲선거법을 위반한 최돈웅(崔燉雄) 홍준표(洪準杓) 전의원을 공천한 것은 '새 정치, 정도(正道) 정치'를 지향하는 이 총재의 이미지에 맞지 않고 ▲여당의 '김한길 카드'에 대한 대항마로 무명의 이승철(李承哲) 위원장을 공천한 것은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판단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상당수 당직자들은 "'이용호 게이트'로 지금처럼 야당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 적은 없었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서울 2개 선거구에서 패배하면 이총재에게 엄청난 역풍이 몰아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정국을 주도하고 리드해가는 이총재의 과감한 지도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기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