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강하게 튀어올랐다. 시장은 테러 이전 수준으로의 회귀에 집중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이외의 지역을 공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추가 테러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하다. 이같은 외부 위험은 그러나 이미 반영된 듯 불붙은 상승세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미국과 아프간의 대치가 장기 국지전으로 돌입한 가운데 시장 움직임은 테러나 전쟁에서 벗어나 기업실적이나 경제지표 등 펀더멘탈로 옮아갈 공산이 크다. ◆ 주가, 복원되나 = 하방경직성이 강화되고 있고 외국인 매수를 받은 지수관련 대형주가 탄력을 받자 시장 관심은 지수가 어디까지 회복될 지에 모아지고 있다. 9일 종합주가지수는 507.61로 마감, 테러 이전인 지난달 11일 540.57에 도달할 태세다. 시장에서는 매물부담이 없는 520선까지 상승에는 대체로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이 추진력으로 대기중이다.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을 가리키고 있는 가운데 금융통화위원회는 목요일 정례회의를 열고 콜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 또 정부는 세액 공제 주식저축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허용, 시중의 유동자금이 증시로 유입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520선 이상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뚜렷한 경기회복 신호나 전쟁 종결과 같은 강력한 모멘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테러 이전에 이미 침체 터널로 진입한 경기와 기업실적이 바닥을 짚었다는 신호가 나오기 전까지는 하락추세대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얘기다. ◆ 기본에 충실 = 지수움직임이 제한적이라면 개별 기업으로 시야를 좁히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 '테러장세'에서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단연 내수관련주다. 수출이 일곱달 연속 뒷걸음 치고 있는 가운데 내수관련주는 그나마 괜찮은 실적을 유지하고 있고 향후 추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실적 발표 시즌에 진입한 이상 3/4분기 실적을 꼼꼼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 이날 LG전선은 테러로 인한 광케이블 주문 감소 우려 등으로 주가가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자 서둘러 지난 분기 잠정 실적을 내놓았고 주가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삼성전자, 한국전력, 포항제철, 삼성전기 등 주요 기업의 지난 3/4분기 실적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추정됐다. 통신을 비롯한 내수관련주와 자동차주는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SK증권은 이날 상장등록된 시가총액 상위 기업의 3/4분기 실적을 잠정 집계, 매출액이 지난해 동기보다 2.5%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40.2% 급감했다고 분석했다. SK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분기 영업이익이 340억원으로 98.4% 줄었다. D램 가격 하락 등으로 반도체부문이 손실을 냈지만 정보통신부문에서 만회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전력 51.1%, 포항제철 24.9%, LG전자 21.3% 등도 각각 영업이익이 큰 폭 감소했다. 반면 KTF과 한국통신은 영업이익이 각각 139.8%, 64.9% 증가했고 LG텔레콤은 흑자로 전환했다. SK텔레콤은 영업이익 감소폭을 10%선에서 막았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사상 최대의 실적과 더불어 각각 111%, 74.8% 급증했다. 자동차 수출과 내수가 모두 호조를 보인 덕이다. 대표적인 내수관련주인 신세계는 78.9% 늘었다. SK증권은 거래소의 극동전선, 금강고려화학, 대림산업, 대상, 동아제약, 미래와사람, 신세계, 웅진닷컴, 지누스, 태평양, 팬택, 풀무원, 한미약품, 한솔제지, 현대모비스, 현대차 등을 3/4분기 실적 개선 기업으로 제시했다. 코스닥에서는 국민카드, 동진쎄미켐, 삼영열기, 세원텔레콤, 엔씨소프트, 한국정보통신, KTF, 휴맥스, LG홈쇼핑, CJ39쇼핑 등을 꼽았다. 이들 기업은 영업이익증가율이 30% 이상인 동시에 매출액 증가율과 납입자본이익률이 각각 15%를 넘는다. 반도체를 비롯한 본격적인 경기 회복 시기가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4/4분기에도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속한 업종이나 업황등을 자세히 살펴볼 시점이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