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의 궁극적 본질은 구매의사가 없는 고객이 구매에 나서도록 하는 지혜와 기술이라 할 수 있다. 현재 국내 소매업은 업태와 관계없이 상품 서비스 운영 등에서 별로 차별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결국 매출둔화나 감소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사교육비의 증가, IT시대의 통신비용 증가, TPO(시간 장소 상황)에 의한 개성 창출비용, 문화 오락비용 증가 등으로 상품구매를 위한 가계지출은 축소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강력한 차별 포인트가 될 것인가. IT시대에 있어 그것은 극장형, 즉 시간 소비형 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 '극장형'이란 것은 극장이라는, 외부세계와 다른 공간(스크린)에서 비일상적인 체험과 감동을 하듯이 매장에서 비일상적인 체험을 함으로써 상권의 광역화와 매출증대를 이루는 것이다. 미국의 테마시설 =라스베이거스는 1백년전 25명이 거주하던 사막이였으나 지금은 1백20만명의 상주 인구를 갖는 세계적 테마파크 도시가 되었다. 방문객 1인당 평균 4시간 정도의 카지노 게임만으로는 오늘의 라스베이거스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섭씨 40도의 사막에 연간 3천만명 이상이 방문하고 호텔 객실수도 13만실이나 되며 가동률도 80%가 넘고 있다. 이는 바로 비일상적 테마와 엔터테인먼트에서 비롯된 것이다. 베네치안 뉴욕뉴욕 MGM 시저스팰리스 등 라스베이거스의 수많은 호텔 주변에는 인공운하 스핑크스 피라미드 해저화산 해적선 군함해전 에펠탑 등 수많은 테마형 상업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뉴욕 교외에 있는 슈퍼마켓 스추 네오날드는 디즈니랜드가 슈퍼마켓이 되었다는 이야기로 유명하다. 언덕 위의 목장에 있는 집과 같은 외관, 상품의 환상적 색상 전개,미국에서는 보기 드문 시식코너의 다양화, 정육코너 위의 인형시계 등은 디즈니랜드의 스몰월드를 연상케 하며 매장내의 벽면을 이용한 사진촬영 배경 등으로 어린이 고객 중심의 가족단위 고객유치에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또한 로스앤젤레스 유니버설스튜디오 근처의 가전양판점 플라이어스는 우주선이 매장에 박힌 것 같은 외관 및 내부의 우주인, 우주곤충 등의 모형을 전시하면서 고객들을 모으고 있다. 4개의 백화점 및 5백83개의 전문점으로 구성되어 있는 '몰 오브 아메리카'는 하루 평균 20만명의 방문객이 찾고 있다. 일본의 실태 =디즈니랜드의 익스피아리, 삿포로 근처의 마이칼오다루(99년 오픈, 부지 12만8천㎡, 매장면적 9만8천㎡, 연간 5백만명의 관광객 유치), 도쿄만의 비너스 항구, 고베의 포토 바자, 요코하마의 베이사이트 마리나 숍, 후쿠오카의 캐널 시티 등이 극장형 상업시설로 인기를 얻고 있다. 규모가 크지 않아도 재미있는 사례로는 4만여 개발품목을 1백엔 상품으로 운영하고 있는 다이소 산업의 '1백엔 숍'도 고객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극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즉, 고객이 1백엔이라는 작은 돈으로 본인이 관심있는 상품을 찾기 위해 보물찾기 하듯 매장을 매우 주의 깊게 움직이며 동시에 고객이 몰랐던 재미있는 상품을 함께 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업태를 '주부가 50엔 주화로 30분 놀다가는 게임센터'라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의 대응방향 =롯데월드 센트럴시티 등이 극장형 쇼핑센터를 지향하고 있으나 쇼핑센터는 물론 점포규모의 대소 및 업태에 관계없이 극장형 시간 소비형 요소를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에 대해 깊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IT시대의 발전 상황에서 오프 라인 업체는 극장형 요소가 고객 유입을 위해 매우 중요한 포인트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동시에 전자상거래의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한계에 봉착한 동질적 경쟁의 틀을 깨부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앞으로 크고 작은 극장형 요소가 도입된 상업시설이 많이 전개되기를 기대한다. 김배한 < (주)프로데코 대표이사.(일본)쇼핑센터 경영사 www.prodec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