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대대적인 '애국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지난 11일 발생한 테러참사 이후 미국 전역에서 고조되고 있는 미국인들의 애국심을 자사에 대한 우호적인 이미지로 연결시키기 위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애국심에 호소하는 광고를 게재하고 있다며 광고업계가 '애국적인 주제들의 바다'에 빠져 있다고 24일 보도했다. ◇성조기 물결=신문광고나 옥외광고판에 성조기나 자유의 여신상 등 미국을 대표하는 상징물들이 넘쳐나고 있다. 소매유통업체인 K마트는 지난 16일자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에 성조기를 부각시킨 전면광고를 게재했다.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은 지난 21일자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 등 주요 일간지의 전면광고에 성조기와 '미국은 자유수호를 위해 어떤 적과도 맞서 싸울 것'이라는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글귀를 실었다. 제너럴일렉트릭(GE)도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등에 소맷자락을 걷어올리고 있는 '자유의 여신상'의 모습을 담은 전면광고를 게재했다. 버드와이저 맥주를 만드는 양조업체 안호이저-부시는 미국 전역의 2백50개 광고간판과 야구경기장 입간판 광고를 제품이나 회사이름이 아닌 성조기 그림으로 대체했다. '테러공격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끄떡없다'는 느낌을 주는 기업 캠페인도 잇따라 등장했다. 자동차회사 GM은 기존 광고를 '미국은 계속 전진한다'는 내용의 캠페인 광고로 대체했고 포드자동차는 '포드가 미국을 이끈다'는 슬로건을 채택했다. ◇역풍은 조심=미국 기업들의 '애국심 광고'에는 회사명이나 로고가 거의 눈에 띄지 않게 들어가 있다. 이번 참사를 이용해 회사가 이득을 취하려 한다는 인식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브랜드컨설팅업체인 스털링그룹의 사이먼 윌리엄즈 사장은 "애국적으로 보이려는 것이 자칫 잘못하면 기회주의적으로 보일 수 있다"며 "국민들의 반감을 초래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고전문가들은 "애국적 이미지의 광고 러시가 장기간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경제 추이나 보복전쟁에 대한 여론의 반응에 따라 기업들의 광고전략도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