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미문의 미 테러참사는 지난 한주간국내 정치에도 커다란 충격파를 던졌다. 특히 여야 모두에 정쟁을 중단하고 좀 더 넓은 시야로 국내외 상황을 냉철하게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야 정쟁 중단 = 테러참사와 그에 따른 미국의 `보복전쟁' 등이 경제.안보분야에 미칠 파장의 크기를 짐작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여야가 초당적 대처 필요성을 절감함에 따라 여야간 정쟁의 악순환이 일단 잠복했다. 특히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지난 12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정부 대응책에 대한 적극적인 협력의사를 전달했고, 김 대통령이 이를 높이 평가하면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내용을 이 총재에게 설명토록 최성홍(崔成泓)외교차관에게 지시하는 등 여야간 화해무드가 조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테러참사를 계기로 한나라당이 `테러국' 낙인이 찍힌 북한에 대한태도를 더욱 경화시키고 있어 대북햇볕정책을 둘러싼 여야간 논쟁이 내용적으로 더욱 첨예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추진되고 있는 '반테러 선언'에 대해 북한의 `선(先) 사과'를 조건을 제시하는 등 햇볕정책 재검토를 더욱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고 이에 대해 민주당은 "입으로만 초당적 협력을 말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여 당내갈등 잠복 = 당정수뇌 개편 결과에 대한 당내 소장개혁파 의원들의 반발과 '동교동계 해체' 논란을 둘러싼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과 권노갑(權魯甲) 전최고위원간 대립 등 민주당내 갈등도 잠복했다. 이에 따라 한광옥(韓光玉) 신임대표가 갈등의 악화를 막고 당내 갈등을 치유,화합을 모색하는 내부 정비의 시간을 벌었으나 국정감사 일정으로 인해 반발세력과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잡지 못해 안타까워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후속인사가 테러참사 충격과 인사내용 자체의 `무색무취'로 인해 당안팎에서 관심권밖으로 밀려나는 등 신임 한 대표체제가 새출범에 따른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불리한 점이다. 테러참사 충격파가 당내 갈등의 불은 진화했지만, 대신 번지고 있는 당내 무력감을 극복하고 활력을 되찾는 게 앞으로 한 대표의 주요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회창(李會昌) 총재 이미지 개선 = 이 총재는 이번 테러참사에 대한 기민한대응으로 위기관리 능력을 과시하고 원내 제1당의 책임있는 수장으로 이미지를 전환시키는 기회를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 총재는 참사 직후 김 대통령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초당적인 협력의사를 전달하고 당직자들에게 경제대책 등에서 정부와 협력토록 지시한 데 이어 미국의 `보복전쟁'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감안, 영수회담에 조기에응하는 한편, 경제5단체장과의 간담회나 증권거래소 방문도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알려졌다. 또 국정감사를 통해 석유비축량 등 에너지 문제를 점검하고 금융, 외환, 선물시장 등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당 차원의 독자적 대책도 제시할 것을당직자들에게 지시했다. 다만 이번 사건의 여파로 당초 10월을 목표로 추진했던 미국 방문 계획을 10.25재보선 이후로 늦출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을먼저 방문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JP의 호흡조절 = 미 테러참사는 DJP 공조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영역 개척에나선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 명예총재의 행보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2일 예정됐던 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과의 회동이 무기연기되는 바람에 YS와의 연대를 통한 영향력 확대를 꾀하던 계획이 차질을 빚었다. 이에 따라 JP는 당총재로 복귀하기 위한 전당대회를 내달 9일 박정희(朴正熙)전 대통령의 향수가 남아있는 대구에서 개최키로 하는 등 공조파기로 위기에 몰린당 분위기를 바로잡는 내부정비에 우선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 YS와의 연대, 한나라당 이 총재와의 회동 등 국민의 이목이 쏠리는 외부활동에대해선 호흡을 조절하면서 우선 당 체제정비로 내실을 기해 당면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것. 최근 JP가 대북정책을 포함한 현 정부의 주요정책은 물론 김 대통령 개인에 대해서도 비판의 강도를 한껏 높이고 있는 것도 그 일환이다. (서울=연합뉴스) 안수훈 이강원기자 gija00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