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예상치 못한 의외의 변수를 부닥쳤다. 여드레만에 환율 상승세를 꺾은 것은 밤사이 벌어진 미국의 동시 다발 테러사태였다. 심리적으로 거의 공황(패닉)상태에 빠지게끔 상황은 유도됐지만 실질적으로 환율의 하락폭은 10원 내외에서 크지 않았다. 결제에 대한 우려 등으로 거래가 극도로 위축, 현물거래량은 10억달러를 근근히 넘겼으며 원화는 엔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적었다. 일파만파 충격이 예상됐던 환율은 개장초 우려감이 고조됐으나 정부의 외환시장 안정의지와 거래자제에 나선 시장 참가자들로 인해 비교적 정상적으로 거래됐다.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시장 심리는 향후 방향에 대한 불투명성이 더욱 짙어져 예측불허의 함정에 발을 디뎠다. 최근의 상승세 발목을 끊고 1,280∼1,290원 울타리에 다시 들어간 환율은 혼란스런 재료의 돌발적인 출현에 흔들리고 있다. 달러/엔 환율외에 바라볼만한 여지는 봉쇄당한 채 향후 미국의 행동에 따른 시장의 반응에 몸을 맡길 수 밖에 없게 됐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9.70원 낮은 1,286.10원에 마감했다. 개장초 이월 달러매수초과(롱)상태였던 은행권에서 무더기로 달러되팔기(롱스탑)에 나서 포지션을 정리하면서 1,280원이 깨질 지도 모른다는 우려감도 있었으나 하락의 골은 예상보다 깊지 않았다. 재정경제부는 개장전부터 "불안심리에 편승한 투기조짐 등으로 환율이 급변동할 경우 다각적인 조치를 통해 시장안정에 최대한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해 투기심리 촉발을 봉쇄하고 한국은행도 "환율 급락 등 시장이 과도하게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일 경우 시장안정에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는 대책을 발표, 시장이 망가지지 않도록 조치했다. ◆ '안개정국'속의 환율 = 시장 참가자들은 또 다른 뉴스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미국이 과연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뉴욕장이 12일도 휴장이라 달러/엔의 변동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좀 더 빠지지 않겠느냐"며 "달러/엔이 개입나올 수 있는 시점도 아니고 금리인하 얘기가 있으나 효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분간 달러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내일 1,275원까지도 일시적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불확실성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며 "섣불리 거래에 나설 수 없는 상황임을 감안해 거의 포지션을 균형에 맞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달러/엔이 118.50엔 밑으로 밀리지 않으면 1,280∼1,290원 범위는 유지될 것"이라며 "내일은 달러/엔에 의해 1,282∼1,287원을 주거래범위로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 달러화 가치의 급락 = 미국 전역이 테러의 먹구름속으로 휩쓸리면서 달러화는 힘없이 격추당했다. 테러 발발 직전 121.80엔으로 122엔대 상향 돌파의 기대에 부풀었던 달러/엔 환율은 한때 118.55엔까지 번지점프를 했다. 무조건 반사와 같은 반응을 보이며 달러화를 팔아제낀 시장 참가자들은 이날 도쿄장에서 폭락세를 진정시키면서 119엔대를 회복했다. 불안한 흐름을 이어간 달러/엔은 유럽장 들어 한때 118.60엔대로 밀리기도 했으나 이내 재반등을 추진, 오후 5시 현재 119.36엔을 가리키고 있다. 당초 이날로 예정된 미·일 재무장관 회담은 돌발사태로 인해 취소됐으며 달러화는 당분간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12일 뉴욕장은 휴장이 이어져 달러/엔의 급격한 변화를 기대하기 힘든 형편. 한 시장관계자는 "미국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려있다"며 "달러화에 대한 시장의 인식도 이에 따라 변하겠지만 지금 섣불리 방향을 예측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마디론 '난맥'처럼 꼬여있다. 이날 업체는 네고물량을 소규모로 내놓기도 했으나 최근 상승세에서 크게 벗어난 1,280원대 흐름에 저가 인식 수요를 유입시키기도 했다. 개장초 포지션이 무거운 상태였으나 균형 수준으로 마감됐다. 일부 외국계은행에서는 결제리스크 등을 감안, 거래에 나서지 않기도 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개장이후 3분여동안 거래가 체결되지 않던 환율은 전날보다 무려 8.80원 낮은 1,287원으로 출발, 개장 직후 1,285원으로 떨어진 뒤 1,288원까지 되오르기도 했으나 9시 52분경 다시 이날 저점인 1,282원까지 미끄러졌다. 이후 낙폭 과대에 따른 달러되사기 등과 네고물량 등이 상충되는 가운데 1,283∼1,286원 범위에서 등락한 끝에 1,286원으로 오전 거래를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50원 오른 1,286.5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개장 직후 1,285.50원까지 내려선 뒤 2시 1,287원까지 되올랐다. 그러나 달러/엔 환율이 하락세로 돌아 118엔대로 내려선 것을 조금씩 반영, 1,284.50원까지 내려선 뒤 주로 1,284∼1,286원 언저리를 맴돌았다. 후반 들어 4시 7분경 1,283.60원까지 내려서기도 했던 환율은 되오름세를 타 1,286.10원에 마감했다. 장중 고점은 1,288원, 저점은 1,282원으로 하루 변동폭은 6원. 장중 등락폭은 크지 않았다. 국내 증시는 미국 테러쇼크로 인해 낮 12시에 개장, 500선이 붕괴되는 대폭락 사태를 맞이한 끝에 전날보다 64.97포인트, 12.02% 하락한 475.60에 마감했으며 외국인도 주식 팔자에 대거 가담했다.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1,150억원의 매도우위를 기록, 지난달 9일 1,092억원을 기록한 이후 처음으로 1,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한 반면 코스닥시장에서는 39억원의 순매수였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9억1,80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3억6,85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2억5,000만달러, 1억4,600만달러가 거래됐다. 13일 기준환율은 1,285.2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