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새 대표 인선의 조건으로 '대권주자 불가론'이 제시되면서 김중권(金重權) 대표의 후임을 둘러싼 당내 논란이 신속하게 정리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6일 "당 대표와 청와대 비서실장과 관련, 설왕설래가 있는데 어느 자리도 어느 누구로 결정된 바 없다"면서 "당 대표는 가능한 대선에 출마하시지 않는 분 중에서 발탁되지 않나 생각된다"며 '대권후보 배제론'을 제기했다.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도 "지금까지 대선주자가 당을 맡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대선주자가 아닌 분이 대표를 맡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는 김대중(金大中) 정부 출범 이후 최대의 위기상황에서 대권에 대한 '야망'을 접고 사심없이 당 단합에 헌신할 수 있는 '실세 관리형' 대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여권내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8.30경선에서 1위로 당선됐고 동교동계와 소장파를 비롯한 당내 제계파들의 고른 후원을 받고 있어 후임 대표 0순위로 꼽히는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에게 '결단'을 촉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 위원이 직.간접적으로 '경선출마 포기'의사를 밝힐지가 주목된다.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 진영에서도 후보 포기를 '조건'으로 한 위원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밝혔고,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측도 "대선주자에게 대표를 맡겨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청와대측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은 전날 기자들에게 "개인의 공민권을 제한할 수 없다"며 '조건'에 불쾌감을 표시했고 측근들도 "경선 불출마를 선언하면 힘이 빠진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으나 당 안팎의 권유와 설득에 따라 서서히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한 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최종 결심을 위한 숙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한 위원이 대표직을 고사하고 경선 출마 입장을 고수할 경우 '대화형' 대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김원기(金元基) 최고위원이 기용될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의 경우 당 장악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으나, 야당과의 대화 정국을 조성하면서 당내 계파간 관계를 원만하게 조율해나갈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유력한 카드의 하나다. 한편 대선주자의 한 사람인 노무현(盧武鉉) 상임고문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적절하게 하실 것으로 본다"며 "누구라도 관계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