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엄마랑 아빠가 "경기가 안좋아 금리가 너무 많이 떨어졌다"고 말씀하시는 걸 자주 듣곤 합니다. TV 뉴스에서도 금리가 낮아서 돈을 어디에 맡겨야 할지 모르겠다는 얘기 뿐이지요. 도대체 이렇게 금리가 떨어진 것과 경기와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오늘은 경기와 금리의 관계를 한번 알아 볼까요. -------------------------------------------------------------- 철수는 요즘 아침에 일어나면 학교를 빨리 가고 싶어서 안달이 나지요. 철수네 반 친구들이 모두 게임기를 갖고 있어서 누군가가 항상 새로 나온 게임팩을 갖고 오기 때문이에요. 서로 게임팩을 바꿔 가면서 놀면 아주 재미있거든요. 이렇게 모두가 게임기를 갖고 있으니까, 새로운 게임팩이 나오면 서로 먼저 빌리려고 난리가 나지요. 성격이 급한 철수는 새로 나온 게임을 제일 먼저 하고 싶어서 다른 친구들보다 많은 캐릭터카드를 주면서 빌리곤 했죠. 처음에 게임기가 별로 없을 때에는 5장의 카드만 주고도 빌릴 수가 있었는데, 이젠 친구들 모두가 게임기를 갖고 있어서 카드 10장을 주고도 게임팩을 빌리기가 쉽지 않아졌어요. 이렇게 철수 친구들이 게임기를 전부 갖게 되면 새로 나온 게임팩이나 인기 있는 게임팩을 갖고 놀기 위해선 더욱 많은 캐릭터카드를 써야 하는 것처럼 경제도 마찬가지예요. 경기가 좋아지면 기업들은 제품을 많이 만들어 팔기 위해서 생산에 필요한 기계를 늘리거나 사람을 더 고용하게 되죠. 기계를 설치하거나 사람을 더 쓰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겠지요. 이때 기업들이 돈을 많이 저축해서 갖고 있으면 괜찮지만 돈이 부족한 경우 은행 등에서 돈을 빌리게 되는 것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돈을 빌리려고 하는데, 은행이 갖고 있는 돈이 한정돼 있다면 웃돈을 주고라도 서로 빌리려고 야단이겠죠. 그 얘기는 이자를 더 물고라도 돈을 서로 빌리려고 한다는 겁니다. 즉 경기가 좋아지면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많아지기 때문에 결국엔 금리가 올라가게 됩니다. 마치 게임기가 별로 없을 때에는 철수가 캐릭터카드 5장만 갖고도 게임팩을 빌릴 수가 있었는데, 모두가 게임기를 갖게 되니까 카드 10장 이상을 써야 하는 것과 같은 것이죠. 그런데 철수가 새로운 게임팩을 빌리기 위해 주었던 캐릭터카드가 계속 올라가서 20장까지 가니까 많은 친구들이 새로운 게임팩을 갖고 노는 것을 아예 포기하고 다른 놀이를 하는 친구들이 생겼지요. 이렇게 게임기를 갖고 노는 친구들이 줄어들면 철수는 새로 나온 게임팩을 빌리기가 쉬워지고 예전처럼 캐릭터카드 5장만 주고도 빌릴 수 있게 되지요. 기업들도 금리가 계속 올라가면 은행 등에서 빌린 돈의 이자를 갚는게 부담스러워지기 때문에 생산을 더 이상 늘리지 않거나 오히려 줄일 수도 있지요. 많은 기업들이 이렇게 생각을 하고 생산을 줄이면 결국 경기 전체가 안좋아지게 됩니다. 경기가 나빠지면 기업들은 생산을 더욱 줄이기 때문에 기업의 자금수요가 줄어 들겠죠. 그럼 은행 등에는 돈이 남아돌겠지요. 이럴 때 은행들은 이자를 덜 받더라도 남아도는 돈을 기업들에 빌려주기 위해서 금리를 낮출 겁니다. 그런데 금리가 낮아지면 기업들은 이자를 갚을 부담이 적어지기 때문에 다시 생산을 늘리겠지요. 또 우리같은 소비자들도 금리가 낮아지니까 저축을 늘리기보다는 오히려 돈을 쉽게 쓰려할 것입니다. 그러면 생산도 늘고 소비도 늘어 결국엔 경기가 다시 좋아지겠죠. 이렇게 경기와 금리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이제 엄마와 아빠가 나누는 말씀을 어느정도는 이해할 수 있겠죠.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 [ 전문선 신한은행 재테크팀장 dbmkter@shinh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