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인들이 바람직한 최고경영자(CEO)상으로 조조와 오다 노부나가를 많이 꼽은 것은 대기업과 다른 벤처의 특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벤처는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경영과는 거리가 있다. 모험자본을 바탕으로 하는 속성상 덕장(德將)형 CEO보다는 경제상황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단기에 승부를 낼 수있는 지장(智將)을 필요로 한다. 벤처CEO들은 그런 점에서 조조를 권모술수에 능한 간웅(奸雄)으로 보지않고 지모를 갖춘 인물로 평가한다. 궁예에 대해서도 말기엔 악정을 한 인물로 그려졌으나 초기의 결단력은 높이 평가했다. 오다 노부나가의 경우엔 기동성을 갖춘데다 혁신적 사고를 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었다. 대기업 CEO들이 여건이 무르익을 때까지 힘을 비축하며 기다리는 스타일의 왕건이나 도쿠가와 이에야스,넓은 포용력의 유비를 바람직한 CEO상으로 제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기업의 CEO상=왕건을 손꼽은 CEO들은 '인재를 중시하고 의견을 수렴하여 의사결정하는 리더십'이나 '인재들을 융합하여 자발적인 충성을 이끌어내 마침내 후삼국을 통일한 점'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또 '어려운 때일수록 유연한 자세를 견지해 대화와 타협으로 일을 처리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견해도 있었다. 유비의 경우 역시 '설득력 있는 비전 제시로 인재를 구하고 관리하는 데 성공'했다거나 '합리적이고 유연한 리더십''덕치주의와 포용력' 등을 대기업의 경영에 접목시킬 만하다고 CEO들은 지적했다. 이상철 한국통신 사장은 "경제여건 등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왕건이나 도쿠가와 이에야스처럼 변화의 흐름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새로운 비전 및 강력한 추진력을 지닌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벤처기업의 CEO상=오다 노부나가를 지목한 이유에 대해 박규헌 이네트 사장은 "변화만이 생존을 담보한다고 했을 때 가장 적절한 리더십 유형"이라고 밝혔다. 박일근 퍼스널텔레콤 사장도 오다 노부나가를 천부적 재능으로 기성질서를 파괴하고 창조를 이끈 대표적인 벤처기업가형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대기업 CEO들도 조조와 오다를 적지않게 지목했다. LG상사 이수호 사장은 "최근 CEO의 역할은 피라미드 조직에서의 임원관리는 물론 수평조직에서의 일선사령관 역할도 해야 하는데 실제 사업판단에는 조조가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또 '강력한 구조조정과 신속한 의사결정'(김종수 LG이노텍 사장) '뛰어난 상황대처 능력과 철저한 자기관리'(최양하 한샘 사장) 등이 지적되기도 했다. 황두열 SK(주) 부회장은 "급변하는 경영환경 하에서는 진취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최근의 급속도로 진전되는 기술발전 속도에 비춰 보다 디지털적인 오다 노부나가가 적합하다'는 견해도 있었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