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집단 지정제도 개편] '기업집단 축소.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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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3년부터 시행돼 온 30대 기업집단 지정제도가 10일 여야와 정부의 합의에 따라 8년 만에 대폭 수정되게 됐다.
자산총액 규모 '순위'에 따라 1위부터 30위까지를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지정하는 현행 지정방식을 폐지하고 '자산 총액 규모'를 새로운 지정기준으로 채택한다는게 이날 합의의 핵심.
그동안 논란이 거셌던 30대 그룹 지정제도의 개선 필요성 및 개편 방향에 대해 △개선 필요성 인정 △지정기준의 변경이라는 명확한 결론을 내려준 것이다.
큰 논점이 정리된 이상 이제는 새로운 기준을 얼마로 할지 선택하는 문제만 남았다.
이에 대한 결정이 어떻게 나느냐에 따라 30대 그룹들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 어떤 그룹이 포함되나 =대규모 기업집단 여부를 가르는 새로운 기준이 어떻게 정해질지는 확실하지 않다.
아직은 절대적 다수의 공감을 얻는 안이 없다.
여당과 야당, 정부와 기업, 정부내 강경파와 온건파 등의 논리와 힘겨루기 결과에 따라 새 기준이 도출될 전망이다.
현재 정부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는 '후보'는 크게 5가지다.
40조원, 30조원, 20조원, 10조원, 5조원이다.
40조원은 한나라당의 당론이다.
이 방안이 채택되면 대규모 기업집단은 삼성 LG SK 등 단 3개 그룹으로 대폭 축소된다.
30조원 방안은 이른바 '빅4'로 통하는 삼성 LG SK 현대를 모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3대그룹에 자산총액이 36조1천억원인 현대자동차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20조원과 10조원, 5조원 등 세 가지 방안은 '빅4' 외에 다른 그룹들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전제 아래 거론되고 있다.
20조원을 새 기준으로 채택하면 현대 한진 포항제철 등 3개가 추가돼 모두 7개 그룹이 적용 대상이 되고, 10조원을 택하면 여기에 하이닉스 롯데 금호 한화 두산 등이 보태져 모두 12개 그룹으로 늘어난다.
5조원 기준을 쓰면 쌍용 현대건설 현대정유 한솔 동부 동양 효성까지 총 19개 그룹으로 확대된다.
현행 제도를 최대한 유지하고 싶어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5조원, 심하게는 3조원(이 경우 대림 제일제당 코오롱 동국제강 현대산업개발 하나로통신 신세계까지 총 26개 그룹)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새로운 기준은 이해집단간 파워게임에 달렸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가장 유력한 안은 10조원과 20조원이라는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 대규모 기업집단 제외 시의 혜택 =다른 회사에 대한 출자금액을 순자산의 25%로 제한하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적용받지 않게 된다.
그동안 대기업들의 투자 결정에 가장 큰 족쇄가 됐던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또 내년 3월 말까지 출자총액한도 초과분을 모두 해소해야 한다는 부담도 벗을 공산이 크다.
다만 이게 가능하려면 공정위가 내년 3월 말 이전에 새로 바뀌는 기준에 따라 대규모기업집단을 다시 지정해 줘야 하는데 공정위 일부 관료는 "10년 이상 4월1일자로 지정해 왔다"며 미적대고 있어 확정적이지 않다.
대규모기업집단에서 제외되면 또 세법, 금융관련법, 수도권과밀억제 관련법 등 모두 29개에 달하는 법령상의 규제에서 해방된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