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섬업계가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수출감소와 채산성 악화, 통상마찰, 파업 장기화 등으로 `수렁'에서 빠져나올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공급과잉 때문이라는 원인 분석과 함께 근본적으로 국제경쟁력을 상실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중국과 동남아 국가의 빠른 생산력 증가는 국내 화섬업계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화섬업계 파업 두달= 태광산업 은 울산공장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매출 손실에 따른 피해가 2천억원을 넘어섰다. 또 거래선이 이탈하는 등 잠재적인 손실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회사는 최근 노조와 전조합원에게 조업복귀명령서를 보내 "업무에 복귀하지 않는 노조원은 무단결근으로 처리,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고 정리해고자 선정 때 불이익을 줄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전달했다. 노조는 그러나 대규모 정리해고 계획철회, 파업에 따른 가압류 및 고소.고발 취하, 실질임금 삭감 없는 4조3교대 근무 등을 주장하며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고합 울산1공장도 화섬설비 중국이전 문제를 놓고 진행되고 있는 노조의 파업이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누적된 매출 손실이 443억원에 이른다고 고합은 밝혔다. 잇단 통상마찰 `악재'= 일본에 이어 최근 중국이 한국산 폴리에스테르 단섬유에 대한 덤핑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나섰다. 중국은 한국의 폴리에스테르 단섬유 세계시장 수출 가운데 지난해 41.1%(금액기준)를 차지하는 등 최대 시장이어서 업계를 크게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 수출한 한국산 폴리에스테르 단섬유는 금액기준 2억8천225만4천달러, 수량기준 34만7천498t. 전체 수출 중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금액은 41.1%와수량은 42.5%를 차지한다. 이밖에 최근 몇년 사이 유럽연합, 터키, 인도,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미국 등에서 잇따라 한국산 화섬제품이 자국 산업에 피해를 준다며 수출에 제동을 걸고 나서 화섬업계가 고전하고 있다. 지난 99년 이후 한국산 화섬제품에 대한 반덤핑 및 상계관세 제소는 14건. 수출감소 및 채산성 악화= 주력 수출품목인 화섬F사의 경우 지난 1 6월 5억972만6천달러 어치를 수출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1%의 수출실적 감소세를 나타냈다. 화섬F직물과 화섬SF직물의 경우도 각각 16억640만8천달러와 2억3천922만달러 어치를 수출해 전년 동기 대비 16%와 17%가 각각 감소했다. 채산성 측면에서도 폴리에스테르 원사의 경우 지난해 최고 가격이 파운드 당 61 62센트(75데니어 기준)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53 55센트 수준으로 10% 이상 하락했다고 화섬업계 관계자는 밝혔다. 업계는 공급과잉과 세계적인 경기침체, 중국.동남아 등 경쟁국들의 빠른 생산력증가 등을 국내 화섬산업의 불황 원인으로 분석하면서도 마땅한 대책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화섬협회 관계자는 "예년의 경우 고합이나 태광산업 규모의 업체가 장기 파업에 들어가면 공급이 달리거나 가격이 올라야 하는데 올해는 그렇지도 않은 분위기"라며 "어디서 부터 대책을 세워야 할 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