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휴대폰 메이커인 핀란드 노키아가 최근 한국 지사에 근무하는 연구인력을 감원하는 과정을 보면 '노키아는 역시 선진기업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노키아코리아는 서울 삼성동에 지난해말 세웠던 R&D(연구개발)센터를 철수키로 하고 80명의 인력에 대한 정리절차에 들어갔다. 본사의 해외인력 재배치 방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정리대상인 엔지니어들은 정작 단 한명도 노키아의 방침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이유는 노키아의 독특한 해고관행 때문이다. 노키아는 감원이 불가피할 경우 당사자가 새로운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적극 배려한다. 이번에 정리대상이 된 엔지니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국내 한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정리대상 엔지니어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알선해주도록 의뢰했다. 재취업하기 전까지는 생활보조비까지 지급한다. 헤드헌팅 업체는 노키아의 의뢰를 받고 엔지니어 개개인의 이력서를 작성,국내 유수의 단말기 업체에 보낸 후 면접과정까지 알선해준다. 이력서에는 "이 사람은 노키아가 보증하는 우수한 인력입니다. 귀사에 채용되길 희망합니다"는 문구까지 집어넣는다. 물론 재취업 과정에 드는 비용은 노키아가 전액 부담한다. 노키아는 또 해외 이직을 원하는 엔지니어들에겐 미국과 캐나다 현지 연구소까지 데려가 견학을 시켜주며 현지에 정착할 경우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80명의 국내 연구인력중 35명은 미국과 캐나다 연구소로 재배치됐고 나머지 45명은 국내 단말기업체 등으로 전원 재취업됐다. 해고인력에 대해 이처럼 배려하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노키아로부터 재취업을 의뢰받은 헤드헌팅업체 L사장은 "이른바 재배치(replacement) 프로그램에 따라 해고된 직원의 재취업까지 책임지고 보장해주는 것은 우리 경영자들에겐 이해하기 힘든 관행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키아의 이같은 해고관행은 일방적으로 정리해고만 통보해놓고 '뒷일은 알아서 하라'는 식의 국내 기업들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정종태 IT부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