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에는 북한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비중있고 의미있는 행사들이 줄줄이 개최된다. 이에 따라 북한 전역은 경축분위기로 크게 술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가 내년 2월 환갑을 맞이할 뿐만 아니라 4월 15일은 김일성 주석의 90회 생일이기 때문이다. 김 총비서의 생일(2.16)은 북한에서 '민족최대의 명절'로 꼽히고 있으며 김 주석의 생일은 '태양절'로 제정, 기념되고 있다. 북한은 김 주석이 사망한 이듬해인 1995년 2월 7일 중앙인민위 '정령'을 통해 김 총비서의 생일을 '민족최대의 명절'로 하며 그의 생일인 2월 16일과 17일을 휴일로 한다고 발표했다. 또 1997년 7월 김 주석 3주기를 맞아 노동당 중앙위원회ㆍ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ㆍ국방위원회ㆍ중앙인민위원회ㆍ정무원 '결정서'를 통해 김 주석의 생일을 '태양절'로, 그리고 그가 출생한 1912년을 '주체1년'으로 하는 '주체'연호를 제정, 사용해 오고 있다. 더욱이 내년도는 김 총비서의 환갑이라는 정치적 의미와 함께 5주, 10주 등 이른바 '꺾어지는 해'에는 기념행사들을 성대하게 개최하고 있는 북한의 관례로 볼 때 행사규모가 격상될 수밖에 없다. 이를 반영하 듯 김 총비서의 환갑 및 김 주석 90회 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준비사업은 올해 초부터 해외에서 일찌감치 시작됐다. 지난 2월부터 해외에서는 친북단체들을 주축으로 '2002년 태양절 기념 및 2.16경축 준비위원회'라는 것이 속속 결성되고 있는데 이미 타지키스탄, 베냉, 폴란드,콜롬비아, 에티오피아, 몽골, 우간다, 페루, 불가리아, 레바논, 스페인 등지에서 준비위원회가 구성됐다. 이들 준비위원회는 결성이후부터 내년 4월까지의 기간을 '기념 및 경축기간'으로 설정하고 이 기간에 기념집회와 토론회, 강연회, 영화감상회, 사진전시회 등 다채로운 행사들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나아가 내년 김 총비서의 환갑을 맞아 북한에서 여러 가지 행사를 진행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지난 2월 '조선통일 지지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지역 위원회'는 특별회의를 열고 내년 김 총비서 환갑에 '백두산 밀영'(김 총비서 생가) 지구에서 여러나라 단체대표들과 인사들이 참가한 가운데 '21세기 태양맞이 모임'을 갖기로 결정했으며, 주체사상국제연구소' 이사회도 지난 4월 평양에서 집행위원회 제8차 회의를 소집, △내년 김 주석 90회 생일에 즈음해 각급 연구조직 대표들의 평양방문 △김 총비서 환갑을 기해 '주체사상에 관한 세계대회' 소집 등을 내용으로 한 특별결의를 채택했다. 이와 함께 '백두산 밀영' 지구에 기념탑을 세우며 김 총비서의 사상과 활동을 국제사회에 소개하기 위한 '국제 문예작품 현상 모집'도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김 주석 90회 생일이 먼저 '애드벌룬'으로 내걸렸다. 북한은 지난 17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10만여명의 주민이 참가한 가운데 '김주석 90회 생일을 성과적으로 맞이하기 위한 평양시 군중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군중대회에서는 '먹는 문제' 해결과 생필품 증산 등을 통해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서 제시했던 '국가 경제력'을 강화함으로써 내년도 김 주석의 90회 생일을 빛나게 맞이할 것이 강조됐다. 대회에는 홍성남 내각 총리를 비롯해 계응태ㆍ김중린 노동당 중앙위 비서 등이 참석했으며 경제혁신과 선군(先軍)정치를 다짐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북한이 9개월이나 남은 김 주석의 90회 생일을 내세워 이례적으로 평양시 군중대회까지 개최한 것은 올해 경제과제를 성과적으로 달성함으로써 내년도 김 총비서의 환갑과 김 주석 90회 생일 등 굵직한 행사를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서도 내년도에 김 주석의 90회 생일을 맞이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21세기 사회주의 붉은기 진군'을 강력히 추진해 나갈 것을 촉구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평양시 군중대회를 계기로 김 주석 90회 생일을 내건 경제혁신 선동이 북한전역으로 확산돼 나갈 것으로 보여진다. 또 한가지 주목할만한 행사로는 인민군 창건 70주년 행사이다. 김 주석의 생일로부터 10일 뒤에 맞는 인민군 창건일(4.15)은 1996년에 '국가적 명절'로 제정됐다. 인민군 창건일은 내년에 김 총비서 환갑과 김 주석 90회 생일과 함께 70주년을 맞는데다가 북한이 여전히 '선군정치'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행사규모가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평양시 군중대회에서도 북한이 경제혁신과 함께 김 총비서의 '선군영도'를 충성으로 받들어 나갈 것을 촉구한 것은 이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내년도 상반기에 이어질 이 같은 행사들과 맞물려 북한이 1980년 10월 노동당 제6차 당대회 이후 아직 열지 않고 있는 제7차 당대회가 열릴지 여부도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왜냐하면 북한이 20세기를 '김일성 세기'로, 21세기?'김정일 세기'로 규정하고 있는 데다 김 총비서의 환갑은 정치적으로 볼 때 새로운 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두환기자 d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