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엔화 약세를 발판으로 하루걸러 1,300원대에 복귀했다. 물량 공급에 대한 부담감이 상존했음에도 쉽사리 1,300원은 깨지지 않았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8원 오른 1,302.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10원 급락했던 것을 많이 벌충한 셈. 개장초 대외요인을 반영해 큰 폭으로 올라 출발한 환율은 장중 상승요인과 하락요인이 정면으로 부닥치면서 변동폭은 4원에 그칠 정도로 크지 않았다. 그러나 거래는 상당히 활발해 현물환 거래량이 올들어 가장 많은 43억7,980만달러를 기록했다. 외국인 직접투자(FDI)자금은 전날에 이어 시장에 공급돼 시장을 공급우위 장세로 이끌기도 했으나 분할 매도된 탓에 당장 매물화 되는 부담감은 크지 않았다. 또 1,300원 가까이 오름폭이 떨어지자 은행권의 달러되사기와 결제수요 등이 공급분을 흡수해 일방적인 달러공급 우위 장세는 아니었다. 거래자들은 하이닉스반도체의 주식예탁증서(DR)발행 물량을 5,000만∼1억달러 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하이닉스 물량은 외화나 원화 부채 상환용으로 많이 활용될 것으로 보여 당장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 같다"며 "국내 수급을 제외하고 외부변수는 환율 상승을 자극해 차트상 조정을 받으려면 1,310원이상 가야 FDI물량, 외화예금 등이 쏟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기하락 파동에 따른 상승조정을 받으면서 당분간 박스권을 조금씩 높여갈 것"이라며 "내일은 1,300∼1,305원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중은행의 다른 딜러는 "오늘 하이닉스 물량 등이 이어졌으나 외국인 주식순매수분 등 충당금수요가 계속 있었던 것으로 보아 1,300원 아래는 제한되는 모습이 뚜렷하다"며 "달러/엔이 124엔 돌파를 위한 시도를 이으며 125엔까지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FDI자금도 레벨 보면서 물량을 내놓지 어제처럼 크게 내놓으면서 환율을 급락시키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 상반된 요인 충돌 = 일본 경제지표의 악화와 미 대통령 경제보좌관의 발언으로 엔화 약세는 현재진행형이었다. 그러나 124엔 상향돌파는 쉽지 않은 채 거래는 123.70∼124엔에서 이뤄졌다. 큰 움직임이 없어 달러/원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전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엔은 일본의 5월 무역흑자폭이 크게 준 것과 미 대통령 경제보좌관 로렌스 린지의 발언이 엔화의 투기적 매도세를 유발, 124.03엔까지 도달하는 등 5주중 최고치인 123.83엔에 마쳤다. 로렌스 보좌관은 "인위적인 엔 약세는 받아들일 수 없지만 일본 구조개혁의 결과로 엔이 약세를 보이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일본 경제산업성은 4월 전체산업지수가 전달대비 2.5% 하락하고 서비스부문지수는 3.6% 떨어졌다고 발표, 경제지표의 악화가 엔화 약세를 더욱 부추겼다. 또 일본 구로다 재무관이 "환율은 펀더멘털을 반영해야 한다"고 발언, 이에 가세했다. 반면 시오카와 재무상은 환율변동이 클 경우 조치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 엔화를 지지했다. 거래자들은 일본 경제재정정책 위원회 회동에서 이뤄질 고이즈미 총리의 경제 개혁 발표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같은 엔화 약세가 환율 상승요인으로, 외국인 직접투자(FDI)자금 유입에 대한 부담은 환율 하락요인으로 맞섰다. 전날 3∼4억달러 가량의 FDI자금이 환율을 급락시킨 데 대한 경계감이 짙게 깔린데다 하이닉스반도체의 DR발행분 납입으로 달러가 분산 공급됐다. 이날은 하이닉스반도체가 발행한 DR의 최종납입일로 자금 공급 기대는 시장심리를 달러팔자(숏)로 강화시켰다. 역외세력은 매수나 매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등 일상적인 움직임에 그쳤으며 업체도 1,300원선 초반에서는 결제수요를, 1,302∼1,303원에서는 네고물량을 내놓았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환율은 전날보다 무려 9.10원이나 상승한 1,304원에 출발했다. 뉴욕장에서 역외선물환(NDF) 환율이 가파르게 진행되는 엔화 약세를 반영해 1,306원까지 올라선 것을 반영한 것. 개장 직후 1,302.50원까지 밀리기도 했으나 주로 1,303원선에서 거래된 환율은 하이닉스반도체 DR발행 납입에 따른 달러공급 등으로 꾸준히 레벨을 낮춰 1,300원을 저점으로 기록한 뒤 1,300.70원에 오전거래를 마감했다. 오전마감보다 0.40원 오른 1,301.1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한동안 1,300∼1,302.10원의 범위에서 1,300원이 단단함을 확인하고 달러매도초과(숏)포지션인 일부 은행권의 달러되사기 등으로 1,303.50원까지 되오르기도 했다. 이후 환율은 1,302원선으로 되밀려 횡보를 거듭하다가 마무리됐다. 지난주 금요일이후 주식 순매도를 잇고 있는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1,333억원의 매도우위를, 코스닥시장에서 27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사흘 내리 1,000억원이상의 순매도를 기록함으로써 역송금 수요가 쌓여 환율 상승요인으로 작용했다. 장중 고점은 개장가인 1,304원, 저점은 1,300원으로 하루 등락폭은 4원에 그쳤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32억6,93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1억1,05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2억1,780만달러, 2억5,100달러가 거래됐다. 22일 기준환율은 1,301.90원으로 고시된다. 한편 이달 들어 20일까지 통관기준 무역수지가 7억1,2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 전달 같은 기간보다 적자폭이 확대됐다. 이 기간중 수출은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12.6% 준 70억6,100만달러, 수입은 11.7% 감소한 77억7,3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