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선이 붕괴되면서 올들어 두번째 랠리도 마감을 앞두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욕증시는 별다른 모멘텀 없이 사흘간 상승세를 이어간 부담감에다 기업 실적 전망이 연일 잇따르면서 얼마간 하락조정이 예상되고 있다. 더욱이 메모리 반도체 하락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원유가도 다시 꿈틀대며 경기회복을 가로막는 또다른 복병으로 등장하고 있다. 주가는 이에 따라 당분간 지수관련 대형주 약세가 이어지며 조정양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지수 반등을 노리기보다는 방어에 주력하는 보수적 시장대응이 바람직하다는 권고다. ◆ 뉴욕보다 먼저 눕는가 = 이날 하락은 국내 시장이 휴장하는 수요일과 목요일 뉴욕증시 변동성 확대에 대한 선반영의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14일 더블위칭데이가 다가옴에 따라 미 증시가 급락세로 돌아설 경우 5,000억원에 달하는 차익잔고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시장 교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분위기 악화에 한몫 했다. 임송학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가 낙폭을 줄였지만 오는 14일 선물 옵션 만기일이 다가오면서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외국인은 이날 현선물시장에서 매도공세를 취하며 지수하락을 주도해 단기수급악화에 대한 우려감을 부추겼다. 고객예탁금은 8조 8,000억원대로 전날보다 1,000억원 감소했다. 거래량은 지난달 22일 연중 최고치 경신 이후 연일 하락세를 보여온 이래 이날 소폭 늘어나는데 그쳐 시장에너지 소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관계자들은 주가가 이날 강력한 심리적 저항선이자 20일 이동평균선 604에 인접한 600선을 하향 돌파하자 580선까지 조정을 예상하고 있다. 580선은 상당한 매수가 대기하고 있어 여간해서는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다. 580선에서의 견고한 지지력이 확보될 경우 구조조정 기대감 등을 바탕으로 향후 반등을 모색해 볼 만하다는 것. 삼성증권의 김지영투자전략팀장은 "600선은 심리적인 측면 외에는 그리 큰 의미가 없어 580선 까지만 지켜진다면 반등의 기회는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김팀장은 "지금은 반등 타이밍보다 정보기술 부문의 경기회복 모멘텀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달 중순 경이면 대체로 전개 양상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 기술주의 적정 가치는 = 이날 지수 하락은 그간 구조조정 기대감 등으로 견고한 흐름을 보여온 국내 증시가 미국 정보기술(IT)부문 경기회복 지연가능성 영향권에 들어간 신호로 풀이된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를 1,000여억원 어치 처분, 주가를 4.25% 떨구며 20만원선까지 밀어부쳤다. 도쿄 증시도 같은 흐름을 탔다. 반도체주가 내리면서 닛케이지수는 심리적 지지선인 1만3,000엔 밑으로 떨어졌다. 최근 나스닥지수는 기술주 실적전망치 하향조정과 투자등급하향과 맞물려 '미니 거품론'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주가는 실적과 무관하게 금리인하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에 쌓아올린 외형에 불과하다는 진단이다. 특히 기술주는 과잉설비로 인해 구경제 종목보다 실적 개선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뉴욕에서는 5일 세계적 인터넷 업체 아마존에 이어 6일에는 휴렛팩커드, 7일 인텔 순으로 2/4분기 실적 전망 발표가 잇따른다. 특히 인텔의 경우 대폭 전망 하향이 예상되고 있어 삼성전자 등 기술주 하락압력을 점치게 한다. 교보증권의 임 팀장은 "삼성전자가 그동한 미 반도체주 하락에 비해 상대적 낙폭이 작았다"며 "미 정보기술 부문의 회복이 조만간 힘들 것이라는 분위기가 이제 국내에 본격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말햇다. 대신증권의 조용찬 책임연구원은 "미국의 실적발표 시즌을 앞두고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어 당분간 삼성전자 등 기술주에 대한 매수세 유입은 힘들 전망"이라며 "기술주보다 내수관련 구경제 가치주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인수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정보기술 부문에서 상승 모멘텀이 나오지 않을 경우 삼성전자가 향후 반도체경기 바닥신호가 나온다 해도 급격한 주가 회복은 힘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