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이 5일 국회 대표연설을 통해 여야 영수회담을 제의한데 대해 민주당은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한나라당은 청와대에서 공식제의가 오면 그때가서 검토한다는 신중론을 펴는 동시에 여당이 최근의 정책실패, 당정쇄신 파문 등 국정운영 난맥상으로 인한 수세를 영수회담으로 돌파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내비쳤다. ◇ 민주당 =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우위'를 강조한 만큼 영수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협상에 당이 주도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특히 박 최고위원의 회담 제의가 개인의 아이디어 차원이 아니라 청와대와 사전조율을 거쳐 발표됐다는 점을 들어 야당이 영수회담에 적극 응해주기를 기대했다. 박 위원도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와 만나 "회담제의는 대통령께 의논드리고 제안하는 것인 만큼 깊이 생각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박 위원은 "'여야 경제대책협의회'를 구성하자는 제안은 민주당과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부총재의 생각이 같았다"면서 영수회담 성사를 기대했다. 전용학(田溶鶴) 대변인도 "박 위원의 제안은 현 시점에서 영수회담이 필요하다는 여권의 생각을 반영한 것으로 회담에서는 경제회생과 남북문제 해결을 위한 초당적 협조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본다"면서 야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그는 또 "대표연설에서 밝힌 '여야 경제대책협의회' 구성 합의는 물론 경제회생을 위한 초당적 대처와 국민적 협조를 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난 1월초 김 대통령과 이 총재가 냉랭한 분위기에서 회담을 가져 여야관계가 급속히 냉각됐던 점을 상기하며 이번 영수회담을 계기로 여야관계가 복원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당 일각에서는 김중권(金重權) 대표 체제 출범 이후 표방해온 '강력한 여당' 슬로건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왔던 대야관계 문제에 민주당이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 한나라당 = 영수회담 수용 여부에 대한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아직 청와대의 공식 제의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오는 13일 김대중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뒤 영수회담 개최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당장은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당사자인 청와대의 제의도 아니고 최고위원이 이야기한 것을 두고 가타부타하지 않겠다"면서 "정식 제의가 오면 그 후에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는 13일 김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진실로 국정을 쇄신할 의지를 보이면 우리도 협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내에선 과거 영수회담 때마다 '뒤끝'이 좋지 않았던데다 이번의 경우 영수회담에서 다룰 의제가 명확치 않다는 점 등을 들어 회담을 거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않다. 그러나 김 대통령이 국정쇄신 차원에서 영수회담을 제의할 경우 이를 거부할 명분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은 "영수회담을 하면 결실이 있어야 하는데, 국민의 기대에 부응치 못하면서 사진만 찍어선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며 "이 총재가 뒤통수를맞는 회담은 안된다"고 못박았다. 이 총재 측근은 "청와대의 공식 제의를 받지 못해 뭐라고 말할 단계가 아니다"면서 "제의가 오면 여러 측면을 고려, 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hjw@yna.co.kr (서울=연합뉴스) 황정욱 이강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