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즈니스스쿨 입학을 위해 통과해야할 여러 관문 가운데 시험을 치러야 할 것은 두가지다. 영어 수업을 따라올 수 있는지 여부를 보는 토플(TOEFL)과 이에 더해 추론 및 분석 능력을 테스트하는 GMAT(Graduate Management Admission Test)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서둘러 준비해 늦어도 10월까지는 요구되는 수준의 성적을 올려야 한다. 만약 11월까지도 점수가 안나오면 내년 가을 입학 목표를 한해 뒤로 늦출 수 밖에 없다. 지금부터 매달 한번씩 이들 시험을 치르도록 계획하되 준비는 GMAT부터 시작하는게 낫다. 6개 파트 가운데 독해 문법 영작 등 3개 부분이 토플과 겹치는 데다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비판적 추론(critical reasoning) 파트에선 MBA식 사고방식도 맛볼 수 있어 에세이를 구상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GMAT 시험의 절반은 수학인데 우리나라 지원자들은 영어용어들만 익히면 쉽게 점수를 딸 수 있다. 다만 고득점을 원하는 경우는 한두 문제 이상 틀려서는 안되는 만큼 완벽하게 풀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 토플은 문법과 독해는 GMAT 시험준비로 대신하는 대신 듣기(listening)와 영작 연습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듣기는 단기간에 점수가 오르지 않는 파트인데다 입학한 이후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매일 시간을 쪼개 영어방송을 가까이 하는 버릇을 들이는게 좋다. 영작은 자칫 소홀히 했다간 낭패를 보기 쉽다. 컴퓨터시험으로 바뀌면서 문법점수가 영작 점수에 연동되기 때문이다. 문법에서 만점인 30점을 받아도 작문에서 6점 만점에 3점밖에 못받으면 문법 총점이 24점으로 떨어진다. 소위 톱스쿨의 이 부분 지원하한선이 25점인 걸 생각하면 영문 타자 연습부터 당장 시작해야 할 것이다. 영어 실력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GMAT은 6백점을 좀처럼 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GMAT 시험의 메커니즘에 익숙지 않기 때문이다. 요령을 익히고 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넘기 힘든 벽처럼 느껴질 것이다. GMAT은 예전 종이 시험과 달리 모든 응시자가 시험을 다 치른 뒤 채점을 하고 평균을 내서 상대 점수를 산출하는 방식이 아니다. 배점이 다른 다양한 난이도의 문제를 주고 응시자가 맞추는 수준을 컴퓨터가 계산해 그 자리에서 점수가 나온다. 바로 옆자리에 앉은 응시자들끼리도 처음 한두 문제만 같은 문제를 풀고 이후에는 자신의 수준에 따라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문제를 풀게 된다. 첫 문제를 맞추면 더 어려운 문제를, 못맞추면 더 쉬운 문제를 받는 식으로 시험이 계속 진행된다. 같은 수의 정답을 맞춰도 난이도 높은 문제를 많이 맞춘 사람과 쉬운 문제들만 맞춘 사람의 점수 격차는 크다. 초기 대여섯 문제에서 고득점 여부가 결정된다고 보면 맞다. 여기다 주어진 시간에 문제를 다 풀지 못하면 감점이 있다. 그래서 GMAT의 승부는 바로 시간관리에서 난다. 앞부분 문제를 푸는데 뒷편 보다 두 배 정도의 시간을 배정하는 식으로 나름의 계획을 짜지 않으면 많이 맞추고도 낮은 점수를 받기 십상이다. 교재에 포함된 모의시험CD로 익숙해질 때까지 연습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이들 시험에서 어느 정도 점수를 받아야 합격이 가능한지 궁금해 한다. 사실 이 물음은 일반화해 답하기 어려운 것이다. 직장경력 에세이 학부성적 등 다른 모든 부분이 우수하면 다소 낮은 점수로도 합격이 가능하겠지만 이들 시험 점수로만 승부를 걸어야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GMAT의 경우 미국의 이른바 톱스쿨을 목표로 한다면 6백50점이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 점수를 받게 된다면 굳이 20-30점을 더 높이기 위해 한 달을 더 투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GMAT 6백50점은 대부분 톱스쿨 합격자 가운데 중간 80%에 속하는 훌륭한 점수다. 토플의 경우는 지원 하한점수인 6백점(컴퓨터테스트 2백50점)을 넘으면 일단 안심이지만 일부 학교는 수학 점수 비중이 높은 GMAT 보다 토플로 영어실력을 평가한다는 소문이 있는 만큼 6백20점 정도는 넘겨둘 필요가 있다. MBA과정 진학 여부를 놓고 아직까지 고민 중인 사람은 당장 이 두 시험 준비부터 시작해 보라. 공부시간을 확보하느라 술자리, 친구모임, 가족 여행을 포기해야겠지만 시간관리를 배울 것이고 자신의 직장인생을 스스로 개척한다는 성취감도 느낄 것이다. 경쟁 환경에 스스로를 몰아넣으면서 단련하는 계기,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는 기회도 된다. 그리고 어쨌든 영어실력은 쌓이고 남는다. MBA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그 다음 문제다. [ 한경닷컴 주미특파원.와튼스쿨 MBA 재학 yskwo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