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완연한 경기도 시화공단 입구에 기보스틸(대표 최승옥.46)이 있다.

두루마리 휴지처럼 감겨져 있는 10t 중량의 거대한 철강코일을 자동차나 전자제품 등 용도에 맞게 자르고 다듬어주는 철강 정밀가공업체다.

현대하이스코가 지정한 경인 지역 유일의 정식 코일 서비스센터로 주로 현대·기아 자동차 생산공장에 가공된 철판을 납품하고 있다.

월가공능력은 1만2천t.

설립된지 2년밖에 안됐지만 대구 울산 등 타지역 코일서비스센터의 매출을 뛰어넘을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주문을 제때 소화하기 위해 2공장을 건설중이며 오는 5월 가동에 들어간다.

삼성전자 및 LG전자의 중국공장과도 연간 50억원 상당의 공급계약을 맺고 있다.

고객이 구입한 원자재 코일을 요구대로 가공해주는 임가공서비스와 형강류 철근 강관 등 건축자재류의 유통도 하고 있다.

올매출목표는 5백억원으로 작년매출 2백54억원의 약 2배다.

최 사장은 "대기업 계열의 코일서비스센터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사업영역도 개척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사장이 기보스틸을 설립한 건 지난 99년.

현대하이스코로부터 코일서비스센터 설립 자격을 취득한 바로 뒤였다.

당시 내로라하는 재력가들이 지원했지만 현대측은 한평생 철과 함께 동고동락해온 ''철(鐵)의 여인'' 최 사장의 경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는 대학을 갓 졸업하고 철강회사에 일반 사무원으로 입사,철강업계 최초의 여성 영업부장은 물론 삼신철강 등 유수의 철강회사 전문경영인으로 영입돼 뛰어난 사업수완을 발휘했다.

최 사장은 "철강사업을 여자가 한다는 주변의 시각이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생각으로 한눈팔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결과 철강업계 종사자들이 꿈꾸는 코일 서비스센터를 소유한 국내 최초의 여성이 됐다.

가녀린 몸매로 투박하고 거친 철강 생산현장을 진두지휘하는 최 사장.

그는 "기보스틸을 소량다품종 제품을 적기 공급할 수 있는 국내 최고의 철강가공업체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031)319-1155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