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가 열리면서 브랜드력이 회사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이제 소비자는 인터넷을 통해 어떤 회사 어떤 제품에도 접근할 수 있다.

이러한 소비자 중심의 시대에는 소비자의 기억에 남아 있는 브랜드를 가진 기업이 경쟁력을 가진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유통망이나 자금력등이 중요했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브랜드가 가장 중요한 경쟁요소가 된다는 설명이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은 브랜드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국내 주요 브랜드를 대상으로 브랜드 파워를 매년 조사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5개 산업군 4백54개 브랜드가 많은 1백26개 산업군 2천1백71개 브랜드가 조사대상으로 선정됐다.


<>회사이름보다는 제품 브랜드가 우선=제조사가 아닌 제품 브랜드 중심의 마케팅 전략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현대아파트로 몇 십 년을 군림하던 아파트 산업군의 경우 아파트와는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삼성중공업과 대림산업의 "쉐르빌"과 "e-편한세상"이 각각 현대아파트를 제치고 1,2위를 차지했다.

작년 여름 무차별적으로 퍼붓는 대형 가전사의 마케팅활동이 뜨거웠던 에어컨 시장에서는 만도공조의 위니아 에이컨이 1위를 고수했다.

예년의 경우 내구재와 서비스재는 그 제품 및 서비스의 특징이 기업 이미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굳이 브랜드를 만들어내거나 새로이 육성하려는 모습이 발견되지 않았다.

특히 외환위기로 대기업들이 무너지는 가운데서도 유독 내구재에 있어서는 기존 대기업들의 기업 이미지에 바탕을 둔 브랜드 아닌 브랜드들이 대세를 이뤘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대기업의 이름밑에서 후광을 노리는 산업군이나 제품들이 자리잡기 어렵게 됐다.

다만 금융서비스의 경우 경제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안정된 기업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두드러진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은행(은행) 비씨카드(신용카드) 삼성생명(생명보험) 삼성화재(자동차보험) 삼성증권(증권) 대한투자신탁(투자신탁) 등 6개 조사부문 모두 3년 연속 1위를 유지했다.


<>외국계 브랜드의 약진=휴대용 카세트와 대형텔레비젼의 소니,면도기의 질레트,칫솔의 오랄비,염모제의 웰라비바,카메라의 캐논 등 특정 산업군에서 외국계 브랜드의 강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젊은층이 주 소비자인 경우 그러한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이는 아직 몇 개 산업군의 경우 국산 제품이 외국 유명브랜드에 비해 품질이 뒤진 탓으로 보인다.

또 브랜드의 충성도와 만족도를 중심으로 한 브랜드 평가모델을 사용한 결과 대부분 소비상황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제품력에 기반한 브랜드가 장수=제품력이 뒷받침되지 않고 단순히 광고물량를 대량으로 투입해 형성된 브랜드 자산은 금방 무너지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증권가에 돌풍을 일으키며 단기간내 대단한 성과를 내고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잡았던 "바이코리아 펀드"는 마케팅 외적인 문제로 가라앉아 버렸다.

프린터의 경우도 마찬가지.

지난해 전지현이라는 특별한 스타를 통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으로 모 제품이 브랜드 파워 1위를 차지했으나 올해는 제품력에서 앞선 엡손이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생활가전은 단일제품을 생산하는 전문업체가 강세를 보였다.

만도공조의 위니아(에어컨)와 이트로닉스의 인켈(오디오),동양매직의 매직(가스오븐렌지),웅진코웨이(정수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능률협회 컨설팅 관계자는 "앞으로 인터넷의 확산으로 인한 전자상거래의 비중이 커지면서 e-브랜드가 새롭게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어떠한 차별화된 마케팅활동이 전개될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