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부채 1백39조원이 또하나의 ''시한폭탄''으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부터 2008년까지 연평균 16조원 꼴로 만기가 돌아오는 원리금을 해결하지 못하면 국가 재정 파탄과 대외신인도 추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국민의 정부 후반기와 다음 정부에 걸쳐 공적자금 상환문제는 최대의 골칫거리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공적자금이 금융 부실을 덜어내기 위해 투입된 것인 만큼 정산과정에서 어느정도 손실을 보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문제는 상황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선 예보 등 관계기관의 상환 대책이 ''전무(全無)''하다.

예상보다 빨리 두 공사의 자금이 거덜나 디폴트 상태에 빠질수도 있고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2003년 균형재정 달성''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역시 구두선(口頭禪)으로 끝날 판이다.

◇ 높아지는 미스매칭 가능성 =두 공사의 올해 만기도래 금액은 2조9천억원이다.

내년에는 10조원이 되고 2003년엔 27조3천억원, 2004년엔 21조1천억원으로 불어난다.

2006년 상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2차 공적자금 40조원 가운데 현재까지 집행된 18조2천억원의 대부분이 2006년 만기이고 남은 22조원도 채권시장 상황을 볼 때 만기가 몰릴 가능성이 많다.

2006년 한햇동안 만기도래 금액이 50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3년여간 예보가 12조원을 회수하는데 그친 것으로 미뤄 볼 때 상환기일을 제대로 맞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 이자도 부담해야 =그동안 예보나 자산관리공사는 공적자금 부채의 이자에 대해서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정부 재정자금에서 3년 무이자로 빌려 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재정자금에서 빌린 돈도 갚아야 한다.

예보는 지난 98년치 이자 1조1천억원을 올해 갚아야 하고 99년도분 이자 2조2천억원은 내년에, 작년도분 3조8천억원은 2003년에 갚아야 하는 식이다.

◇ 불투명한 회수 전망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다.

예보 보유자산중 덩치가 가장 큰 출자주식(액면가 기준 35조원)을 얼마에 파느냐가 관건인데 이는 주가 등 시장 여건에 따라 달라진다.

변수들이 많다는 얘기다.

또 출자 주식중에 서울보증보험 한국.대한투자신탁 등 비상장 주식이 많아 이들 회사의 상장이 가능한지 여부도 변수다.

◇ 시급한 해법 =지난 80년대말 미국 금융계가 저축대부조합(S&L)들의 잇따른 도산으로 시끄러웠을 때 경제학자 에드워드 케인은 그 원인 중 하나로 금융당국자들의 ''관료적 도박(bureaucratic gambling)''을 지적했다.

금융기관들이 곪을대로 곪아 있는데도 감독 소홀이라는 비난을 받을까봐 문제를 덮어두고 있었고 때문에 부실이 더 심화됐다는 주장이다.

진념 경제팀 역시 1백40조원에 대한 상환대책을 도외시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지금부터라도 상환계획을 공론화해 정교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예보나 자산관리공사의 체질 개선도 필요하다.

민간에서 최고의 회수 전문가를 끌어와도 모자랄 판에 예보의 주요 보직중 상당수는 재정경제부 퇴직공직자들로 채워져 있다.

재경부 과장급은 부장, 사무관급은 차장, 주사급은 과장이라는 등식이 성립돼 있을 정도다.

재경부 관계자들조차 "민간 전문가를 대거 영입해 조직을 환골탈태시켜야 한다"고 시인하고 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