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 생전에 포르노로 분류됐던 작품을 모아놓은 ''피카소 에로틱''전이 오는 5월20일까지 파리 죄드폼 국립미술관에서 열린다.

전시회에는 남녀관계,에로티시즘 등을 주제로 한 스케치와 판화 콜라주 조각 회화 등 3백여점이 전시중이다.

나이에 비해 조숙했던 피카소는 이미 14살에 자기보다 나이 많은 친구들과 어울려 바르셀로나 뒷골목을 배회하곤 했다.

이번에 공개된 그의 첫 에로 데생은 그때 그린 작품이다.

당시 그와 함께 유곽을 돌아 다녔던 죽마고우 카사게마스가 자살하자 충격을 받고 그린 유화 ''카사게마스의 장례식''도 이번에 선보였다.

이 작품에선 친구의 죽음을 애도하는 매춘부들의 행렬을 볼 수 있다.

널리 알려진 ''아비뇽의 처녀들''의 습작 스케치도 여러 점 소개됐다.

중년 피카소의 에로티시즘을 보여주는 1920∼60년대 작품에서는 그가 사랑한 여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의 애인 마라도라를 그린 작품과 함께 그의 부인 마리 테레즈를 모델로 한 조각과 회화가 여러 점 나와 있다.

피카소가 80대의 노인이었던 1960년대 후반에 그린 작품에서는 르네상스 거장들이 코믹하게 묘사됐다.

''라파엘과 파르미나''시리즈에서 피카소는 자신이 이탈리아 작가 라파엘로 묘사돼 있고 미켈란젤로는 화가(피카소)와 모델의 정사 장면을 훔쳐보는 관음증 환자로 그려져 있다.

또 프랑스 후기인상파 작가 드가는 불쌍한 호색가로 풍자됐다.

드가는 나이 때문에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유곽촌을 배회하는 추한 영감으로 그려져 있다.

전시 작품중 상당수는 그동안 세계 여러 미술관과 도서관의 지하 창고에 잠자고 있던 것들로 이번에 처음으로 일반 공개됐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품으로 매춘부의 사랑을 받고 있던 한 청년의 모습을 담은 유화(1903년 작) 역시 이번 파리 전시회를 통해 최초로 공개된 작품이다.

피카소의 성에 대한 관심이 적나라하게 나타난 일부 작품은 춘화에 가까워 충격적이다.

이번 전시회는 사회적 터부를 깨뜨린 대단한 기획전이란 평을 받고 있다.

"인간 피카소의 성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과 예술가 피카소의 창작의 원천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종합전"이라는 호평이다.

피카소는 생전에 ''예술은 바로 성''이라고 정의했다.

예술은 자신에게 종교와 같다고 말한 반 고흐의 논리를 적용하면 피카소의 종교는 어쩌면 성 그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그 종교가 예술로 승화됐다고 봐도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닐 것 같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hyeku@worldonline.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