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은 최근 이란 국영석유공사가 발주한 4억달러 규모의 원유생산시설 건립 프로젝트 수주와 관련,국내 경쟁업체인 S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미 1차 공사를 수주한 현대는 2차 공사 입찰에서도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공사 수주가 유력시됐으나 S사가 프랑스 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뛰어드는 바람에 곤란한 입장이 됐다.

발주처는 이를 빌미로 공사대금을 낮춰줄 것을 요구할 태세다.

한국중공업도 지난해 5억달러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담수화설비공사를 따내면서 국내 H사 때문에 큰 곤욕을 치렀다.

한중은 당시 수의계약 체결을 목전에 두고 있었으나 H사가 일본 기술을 도입해 끼어드는 바람에 공사대금을 1천2백만달러나 깎아주고서야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이처럼 해외 플랜트 수주를 놓고 국내 기업간 제살 깎아먹기식 출혈경쟁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산업자원부는 7일 오후 과천청사에서 신국환 장관 주재로 재정경제부 등 5개 부처와 수출유관기관 및 업체 등이 참석한 수출지원 대책회의를 열어 출혈·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업계 공동의 플랜트수출협의회를 이달 중 구성,가동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20여개 종합상사 건설업체 중공업 업체 등으로 구성될 이 협의회는 각 업체의 의견을 자율적으로 조율해 과당 수주경쟁을 막고 한발 나아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초대형 플랜트 수주사업 등에도 나서게 된다.

산자부는 플랜트 수출과 관련한 국내 업체간 과당경쟁이 한국기업의 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쳐 수주 활동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수주 금액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불러온다는 비판이 제기돼 이같은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산자부는 이와 함께 수출 활성화를 위해선 수출기업의 해외현지법인에 대한 자금 공급이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현지법인이 갖고 있는 외상매출채권을 앞으로 국내은행 해외지점을 통해 할인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키로 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은행이 외상매출채권을 매입하는 경우 이 부분은 BIS비율(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이나 D/A인수한도를 계산할 때 제외해주기로 했다.

산자부는 우선 이달부터 외환·조흥은행을 통해 매출채권 할인을 시범 실시한 뒤 성과를 봐가며 모든 시중은행으로 확대키로 했다.

산자부는 또 수출기업이 환율변동에 따른 손해를 보전받을 수 있는 환변동보험 가입대상 통화로 현재의 달러화 외에 엔화와 유로화(EURO)를 추가하고 이자율변동보험 적용대상도 달러화 외에 엔화를 추가 지정키로 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