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를 거쳐 신약 후보 물질을 도출해내던 재래의 신약 개발 방식은 유전자가 발현하는 구조적 또는 기능적 단백질을 규명하고 이를 응용,신약을 만들어내는 포스트 게놈 시대의 도래와 함께 크게 변모하고 있다.

인간유전체 사업으로 4만여종 이하로 예상되는 유전체가 발견될 경우 기존 5천여종의 단백질 외에 새로 5만여종의 단백질이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1980년대 하반기부터 아구론 버텍스 같은 미국의 벤처기업에 의해 시작된 "스트럭처 제노믹스"는 90년대 접어들어 화이자 머크 애보트 그락소웰컴 스미스클라인 등의 거대 제약사에 도입됐다.

다양한 표적 단백질을 찾아내 신약을 개발하는 이 분야는 이미 세계적으로 보편화됐다.

현재는 미국 유럽 일본이 정부의 주도 아래 컨소시엄 연구단을 구성,유전자의 표적 단백질 정체와 단백질의 기능을 밝혀내고 있다.

셀레라 제노믹스는 미국 정부기관보다 빨리 염기서열을 완성하겠다고 장담해 이것이 현실화됐다.

한편으로는 지난 99년 설립된 민간 기업인 "스트럭처 제노믹스"는 염기서열을 바탕으로 표적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신속하게 결정해나가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단백질의 형태와 병리적 상태에서의 변형 패턴을 규명하고 단백질간의 결합 분석을 통해 기능별 상호 관계를 추구하는 프로테오제노믹스 분야는 셀레라가 주도해나가고 있다.

셀레라는 향후 5년내에 최소 5천5백억여원의 연구비를 투입,5천개의 산업적으로 실용화할 수 있는 단백질 구조를 규명하겠다는 야심찬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미국은 5년간 6개 과제에 1천1백억원을 투입할 계획이고 일본도 연간 3백70억원을 이 분야에 집중적으로 쏟아부을 예정이어서 국제적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단백질칩은 프로테오믹스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다.

단백질칩을 이용하면 극미량의 샘플에서 이것과 결합할 수 있는 단백질을 분리할 수 있고 아미노산 분석까지 가능하다.

초기 단계에서는 동일 질환이라도 병의 진행 양상이 복잡다단하게 나눠지는 것을 진단하는 키트로 개발되고 나중에는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DNA칩은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 진단 감도가 떨어져 실제 진단에 이용되기에는 한계가 많다.

애피매트릭스사가 이 분야에 많은 특허 기술을 갖고 있어 후발업체는 새로운 기술로 이를 돌파하기 위해 애를 먹고 있다.

단백질칩 분야에서는 시퍼전바이오시스템과 아머샴파마시아바이오테크사가 대표적인 회사다.

영국의 옥스포드 글리코사이언스사는 미국의 인사이트사와 합작해 프로테오믹스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키로 했다.

이렇게 구축된 DB는 가입 회원인 제약사와 연구소,바이오 기업 등에 팔릴 예정이다.

생물정보학은 유전자 염기서열로 관련 단백질의 형태와 기능을 예측하고 신약 후보 물질의 초보적 형태를 밝히는 분야로 향후 5년 이내에 20억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분야에는 밀레니엄파마슈티칼 휴먼게놈사이언스 진로직 등 50여개 회사가 질병 관련 유전자 DB를 구축하고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