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늦은 밤 12시40분.

직장인들에게는 월요일 출근 걱정으로 마음이 바쁜 시간이지만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는 1주일 만에 맞는 뿌듯한 시간이다.

정세진(28) 아나운서와 함께 떠나는 KBS2TV의 ''클래식 오딧세이''(연출 민승식).

이 프로그램은 클래식 음악을 뮤직비디오처럼 소개하는 독특한 포맷과 정세진 아나운서의 차분한 진행으로 클래식 애호가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30여년 만에 내린 폭설로 여의도공원과 KBS본관 주변이 온통 설국으로 변한 지난 15일,''클래식 오딧세이'' 녹화현장에서 정세진 아나운서를 만났다.

"마침 오늘 녹화도 많았는데 눈 때문에 아예 집에 일찍 갈 생각을 포기하니까 오히려 마음이 느긋한데요"

가냘퍼 보이는 외모와 달리 말투가 시원시원하다.

눈 때문에 마음이 들떠있는지 평소보다 NG가 많다.

핀커스 주커먼,대니얼 바렌보임,아이작스턴 등 계속해서 등장하는 연주자들의 이름에 신경이 잔뜩 쏠려있다.

정세진 아나운서의 클래식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다.

벌써 3년째 진행해오고 있는 ''저녁의 클래식''(1FM)을 포함해 클래식 관련 프로그램만 두개다.

"3년째 하다보니 저절로 가장 친숙한 음악이 됐어요. 처음 시작할 때는 저도 클래식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이었거든요"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과 KBS 9시 주말뉴스 진행을 맡다보니 브라운관에 비친 그녀의 이미지는 차분하고 전형적인 아나운서의 모습이다.

그렇지만 본인은 자신을 "왈가닥"이라고 표현한다.

평일에도 야외로 드라이브를 나갈 정도로 틈만 나면 바깥으로 돌아다니는 외향적 성격이다.

"가스배달원처럼 오디오 볼륨을 최고조로 키워놓고 여의도에서 미사리를 거쳐 양평까지 차를 몰고 가는 게 제 유일한 취미예요. 머리가 맑아지거든요"

털털한데다 처음보는 사람과도 쉽게 어울리는 성격 덕분에 방송국 내에서 인기가 높다.

황정민 아나운서의 활달함과 황현정의 차분함을 함께 지녔다고나 할까.

벌써부터 차세대 9시 뉴스 앵커우먼으로 거론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금희 아나운서를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는 선배로 꼽는다.

"멘트 하나를 위해 자료를 챙기는 프로 정신이나 TV에 비친 외형적 모습이 아니라 인터뷰나 단어선택 등 후배들의 방송내용을 모니터해주는 꼼꼼함을 배우고 싶어요"

올해로 입사 5년차.

새해 들어 부쩍 일욕심이 많아졌다.

평소 잘 읽지않던 신문의 정치면도 챙겨본다.

날씨가 풀리는 봄부터는 유연성을 기르기 위해 재즈댄스도 배워볼 생각이다.

"튀지않으면서도 시청자들의 뇌리에 오래 남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요"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