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가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 및 채권단의 수출환어음(D/A) 매입한도 확대 조치에 따라 단기 유동성 위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

그러나 당장 급한 불만 껐을뿐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헤매고 있어 장기적인 생존여부는 아직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대전자 정창시 상무는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 인수에 힘입어 단기 유동성 불일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한데다 채권은행의 수출환어음 한도 확대로 정상적인 회사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가능한 자구 방안을 조기에 실천하고 약속대로 계열 분리를 서둘러 마쳐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힘쓸 계획이다.

◆계열분리 및 자구안=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12일 "현대전자는 사실상 계열 분리된 상태며 이르면 1·4분기에 법적 계열 분리가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전자도 신디케이트론을 조성할 당시 채권단과 약속한 만큼 늦어도 6월말까지 계열 분리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전자는 살로먼스미스바니에 현대상선(9.25%) 및 정몽헌 현대건설 이사회 회장(1.7%)이 보유한 지분 10.95%를 매각 의뢰한 상태다.

살로먼스미스바니는 이 지분을 해외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전자는 계열 분리와 별도로 통신 및 LCD 사업부문을 조기에 분리 매각하고 보유중인 유가증권을 처분해 부채를 줄여갈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반도체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키로 방침을 정한 만큼 통신 관련주와 해외법인 지분 모두가 처분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정상화 가능성=유동성 위기가 수습됐다고 현대전자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풀린 것은 아니다.

영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야만 이자도 갚고 빚도 줄일 수 있다.

현대전자는 총 8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

연간 8천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야 이자를 갚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현대전자측은 유동성 문제만 해결하면 회사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최근 반도체 국제 현물 가격이 폭락하는 상황에서도 영업상 이익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위 관계자는 "시티은행이 반도체 공급 가격을 4∼5달러로 잡고 추정한 결과 현대전자는 올해 2천억∼1조2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런 분석에 비춰볼 때 현대전자의 정상화 여부는 반도체 가격 움직임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현대측은 미세회로(쉬링크) 기술을 적용해 원가를 낮추고 D램 이외의 제품 생산을 늘려 수익성을 유지하겠다는 나름의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또 자구 노력을 통해 부채를 줄이면 이자 부담도 덜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형규·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