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들의 계열사 부당지원 행위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작년에 5대 그룹을 대상으로 실시한 3차 부당내부거래 조사결과보다 부당내부거래 규모는 줄었으나 수법은 지능화.다양화되고 있다.

또 가격산정이 어려운 비상장 주식을 상장 직전 특수관계인에게 액면가로 팔아 거액의 시세차익을 안겨주는 행위도 늘었다.

◆ 특수관계인 지원 =현대택배는 작년 12월 말 대주주와 임직원을 상대로 1백1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인 현대상선과 현대전자가 인수를 포기한 실권주 1백77만3천3백31주를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에게 배정했다.

정 회장은 이 주식을 정상가격인 8천6백2원보다 낮은 5천원에 사들여 63억8천7백만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아들 재용씨에 대한 부당지원도 드러났다.

삼성생명보험은 작년 2월 자사가 보유한 한일투신운용과 한빛투신운용 주식 60만주를 한빛은행이 보유한 삼성투자신탁운용 주식 60만주와 액면가 5천원에 맞교환하기로 합의했다.

삼성생명은 그 뒤 자신이 사기로 돼 있던 한빛은행 보유 주식을 이재용씨에게 정상가보다 낮게 팔도록 해 이씨에게 3억원의 시세차익을 안겨줬다.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의 가족들에게 주식을 싸게 팔아 골고루 지원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 부당지원 수법 지능화 =재벌들은 공정위의 단속이 강화되자 해외 또는 비계열 금융기관 등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전자산업은 지난 97년 6월 캐나다에 있는 금융기관 CIBC에 현대투자신탁증권 주식 1천3백만주를 1억7천5백만달러(1천5백59억원 상당)에 팔았다.

한달 뒤 현대중공업은 CIBC와 3년 뒤 이 주식을 2천2백만달러(2천4백56억원 상당)에 되산다는 계약을 맺고 실제로 매입해 현대전자산업을 우회적으로 지원했다.

현대중공업이 이 주식을 매입할 때 주당가치는 ''0''에 가까워 큰 손실을 입었으며 거래를 주관한 현대증권에 이면합의 내용에 따라 손실을 보장해 달라며 현재 소송을 벌이고 있다.

LG상사와 LG전자 등 5개사는 98년 5월부터 올 4월까지 아세아종합금융(현 한스종금) 등 4개 비계열 금융기관에 3천1백60억원을 예치한 뒤 이들 금융기관에 친족독립회사인 삼보지질이 발행한 기업어음 3천1백30억원어치를 정상금리보다 낮게 매입하도록 했다.

◆ 위장계열사 적발 =모두 8개의 위장계열사가 적발됐다.

공정위는 상호 채무보증 금지와 출자총액제한 제도 등의 제재를 받지 않고 영업확장을 하기 위해 위장계열사를 거느린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은 렉솔아이엔씨 등 3개 벤처회사를 위장계열사로 두고 경영권을 행사했다.

현대는 코리아음악방송 등 2개사, LG는 LG IBM, SK는 인터베스트 등 2개사를 각각 위장계열사로 거느린 것으로 드러났다.

윤기동 기자 yoonk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