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스트리트 하노버스퀘어에 있는 찻집 세인트프란시스타본.

1백년이상의 역사를 지닌 월스트리터(증권맨)들의 휴식공간이다.

점심시간이나 근무후 이 집은 간단한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며 대화하는 월스트리터들로 항상 붐빈다.

찻집안에 설치된 대형 TV화면은 시시각각 주요 뉴스들을 쏟아낸다.

이 뉴스들은 시세에 민감한 월스트리터들의 대화주제이기도 하다.

7일 미대선투표가 끝난후 지난주까지 화제는 온통 선거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주들어 대화내용이 일상으로 돌아오는 느낌이다.

선거후 1주일만인 14일에도 TV화면엔 플로리다에서의 법정공방과 "부시-고어"측의 말싸움이 생중계되고 있었다.

그러나 손님들의 화제는 더이상 "부시-고어"가 아니었다.

이날 오전 알려진 "애비 코언"의 코멘트였다.

"S&P500지수는 15%정도 저평가돼 있다. 지금이 주식을 싸게 살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의 투자분석가인 그녀는 적어도 월가에선 미국의 경제대통령이라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보다 영향력이 크다고 얘기된다.

FRB의 금리결정을 하루앞둔 이날 "경기는 식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좋은 모습이며 인플레우려도 줄어들고 있어 금리가 인상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그녀의 말이 전해지자 주가는 로켓처럼 튀어올랐다.

6일 연속 하락했던 나스닥지수는 5.8%가량 올라 거뜬히 3천선을 회복한 것을 비롯,다우지수 S&P500지수도 강한 상승세로 돌아섰다.

그녀의 한마디가 "부시-고어"진영에서 쏟아내는 온갖 발언들에 짜증을 내던 미국인들에게 선거후 처음으로 즐거움을 선사한 셈이다.

사실 선거후 주가 하락과정을 살펴보면 그 흐름이 정치와는 크게 관련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정치 불투명성이 분위기를 흐린 것은 사실이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기업들의 수익악화였다.

정치는 정치고 경제는 경제인 것이다.

이게 바로 미국식 정경분리이고 미경제를 세계최강으로 이끌어낸 힘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