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 폴란드공장(FSO)이 이달말부터 한시적 휴업에 들어간다.

엔진등 핵심부품 해외의존도가 높은 국내 부평 군산공장도 채권단의 자금지원이 없으면 정상 조업이 어려운 상태다.

판매 부진으로 기술 및 영업인력들의 이탈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대우차 처리문제가 1년 이상 시일을 끌면서 대우차가 갖고 있는 ''산업적 가치''는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20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감당할 능력도 없다.

이대로 간다면 부도나 법정관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채권단은 이에따라 최근 경영진을 대폭 물갈이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서고 있지만 전망은 극히 불투명한 상태다.

대우자동차를 빠른 시일내 정상화시키기 위해선 강력한 내부구조조정과 함께 GM과 협상을 조기 타결짓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나 현재 GM의 협상태도나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대우차 내부사정을 감안하면 어느 것 하나 해결이 쉽지 않은 상태다.

◆GM과 협상 어떻게 돼가나=GM은 예비실사를 명목으로 시간을 끌면서 전형적인 저가인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나마 국내외 자산을 일괄인수하지 않고 수익성이 좋은 공장들을 중심으로 선별인수에 나설 공산이 크다.

GM은 우선 대우차가 가장 높은 가치를 매기고 있는 폴란드 공장에 대한 인수를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유가 및 현지 소비세 인상으로 판매가 격감하고 있는데다 GM과 자본제휴를 맺은 피아트가 폴란드시장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유럽 시장도 피아트와 오펠이 이미 독자적으로 개척하고 있어 대우차 현지법인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다.

국내공장은 시설이 낡은 부평공장 처리문제가 논란의 대상이다.

GM은 최신시설을 갖춘 군산공장과 높은 생산성을 가진 창원공장은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지만 부평공장에 대해선 인수후 설비손질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GM이 자신의 ''입맛대로'' 선별인수에 나설 경우 대우차 국내외 법인간 유기적 결합에서 나오는 무형적 가치가 사라질 수밖에 없어 높은 가격을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협상과정에서 한국시장의 큰 잠재력과 함께 중국시장 진출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어떻게 작용할지가 변수다.

◆구조조정 제대로 될까=이종대 신임회장을 중심으로 한 새 경영진은 원가절감을 명목으로 고강도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동조합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문제가 만만찮다.

특히 지난 8월 임·단협에서 노사 양측은 ''향후 5년간 정리해고를 하지 않는다''는 고용안정 특별협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인위적인 인력감축이 어려운 상태다.

경영진은 그러나 채권단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아 정상 가동률을 유지하기 위해선 △인력 감축 △비효율적인 국내외 생산라인 정리 △대우자판에 대한 판매수수료 인하 △부품조달비용 합리화 등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당장 대폭적인 인력감축이 불가능하다면 명예퇴직의 확대실시나 인건비 삭감을 통해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엔진 트랜스미션등 핵심부품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배기량 1천8백㏄ 차량의 생산라인을 한시적으로 축소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해외 부문에선 수익률과 가동률이 현격히 떨어진 공장들을 중심으로 이전 및 폐쇄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재료비 절감을 위해 협력업체 구조조정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단기간에 성사될 문제는 아니지만 일부 부품의 가격을 인하함으로써 자연스런 구조조정을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다만 현재 진성어음 결제지연 등으로 협력업체의 자금사정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고강도 구조조정을 펼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