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일본 업체의 3강체제"

국내 수입차 시장이 BMW와 벤츠,도요타의 3강체제로 바뀔 전망이다.

GM과 포드 등 미국업체들이 대우자동차 인수문제로 마케팅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독일업체인 BMW와 벤츠가 공격적인 마케팅과 과감한 투자로 한국 수입차 시장을 평정해가고 있다.

여기에 오는 11월부터 예약 판매에 들어가는 도요타는 2001년 시장점유율 10% 달성을 목표로 잡고 이들 독일업체와 함께 3강체제의 한자리를 차지할 태세다.

국내 수입차 판매에서 부동의 1위는 BMW다.

9월말까지 모두 1천1백70대를 팔았다.

이미 지난해 전체판매량을 뛰어넘은 수준이다.

9월까지의 수입차시장 점유율은 42.92%나 된다.

지난 21일 끝난 아시아태평양 정상회의(ASEM)에도 의전용 차량 1백대를 거뜬히 팔았다.

BMW 본사에서는 "사업을 하려면 한국처럼만 해라"고 다른 아시아국가 담당자들에게 "핀잔"을 줄 정도라고 BMW코리아측은 귀뜸하고 있다.

BMW는 이같은 여세를 잇기 위해 올해말과 내년에 잇따라 신차를 들여올 예정이다.

모터스포츠카의 성능을 적용한 "M3"와 최초로 들여오는 컨버터블 모델 325Ci,기존 모델의 엔진을 향상시킨 3시리즈와 5시리즈 모델 등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을 통해 한국자동차 고객의 취향을 바꿔놓겠다는 의욕까지 보이고 있다.

벤츠를 판매하는 한성자동차는 BMW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벤츠가 다른 수입차에 비해 두배 이상 되는 고가지만 9월까지 판매량은 모두 4백50대에 이른다.

수입차시장 점유율은 14.85%.

특히 1억원~2억원에 이르는 S시리즈가 전체 판매의 4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한성의 자랑이다.

한성은 C클래스의 가세로 내년에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특히 배기량 1천8백-2천cc급의 컴팩트카시장에서 상당한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성은 대형차시장에서는 S클래스를 통해 BMW 7시리즈와 어깨를 겨루고 있지만 BMW가 3시리즈로 압도하고 있는 컴팩트카에서는 맞대응할 수 있는 차가 없어 고전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C클래스만의 내년 판매목표를 BMW 3시리즈에 맞먹는 4백대로 잡을 만큼 기대가 크다.

한성은 이 차를 통해 내년 전체 판매실적을 1천5백대로 끌어올려 한국시장에서 완벽한 기반을 잡아놓겠다는 전략이다.

한성은 또 라인업 다양화를 위해 미국에서 새로운 개념의 다목적차(SUV)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M시리즈와 스포츠카 CLK를 이달말에 출시해 본격적인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함께 서비스 강화를 위해 2백억원 가량을 들여 서비스센터를 개장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며 지방의 영업망도 대폭 확장할 계획이다.

도요타는 아직 판매에 들어가지도 않았지만 수입차시장에서 벌써부터 "태풍의 눈"으로 주목받고 있다.

야스노 히데야키 한국도요타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판매 첫해인 2001년에 9백대를 판매해 한국 수입차시장에서 10%의 점유율을 확보하겠다"고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도요타가 세계에서 최고의 차로 평가받는 렉서스 시리즈를 국내에 선보인다는 점과 함께 지난 수년간 한국시장을 면밀히 분석한 끝에 본격적인 한국시장 상륙에 착수한다는 점을 들어 도요타의 이같은 목표는 오히려 적게 잡은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도요타의 안착을 예견케 하는 또다른 요인은 한국 소비자들의 높은 인지도다.

지난해 서울모터쇼 여론조사에서 한국소비자 가운데 40%가 "수입차를 산다면 도요타의 차를 사겠다"고 답했을 정도다.

도요타는 렉서스시리즈중에서도 특히 LS430과 RX300이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SK글로벌 동양고속건설 맥도널드코리아 등 튼튼한 딜러망을 갖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마케팅의 도요타"는 한술 더 떠서 일본에서 이틀안에 고객들이 원하는 차를 가져오겠다는 지리적 특성을 감안한 마케팅전략으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업체들은 현재 고전중이며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포드는 대우자동차 인수포기로 국내에서 이미지가 크게 나빠져 상당기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자동차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는 GM도 당분간 마케팅에는 신경쓸 여력이 없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GM은 넘어야할 고비도 많지만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더라도 대우차 판매망을 통해 판매시장을 넓혀가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강하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