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베이징의 첨단산업단지인 중관춘(中關村)에 진출한 벤처기업 H사장은 고민에 빠져 있다.

사업을 맡길 부사장급 인력을 찾지 못했기 때문.

그는 베이징의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2~3년의 소프트웨어분야 경력을 가진 중국 인력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의 임금이 벤처기업으로서는 감당키 어려울 정도로 높았다.

그는 "쓸만한 인물이다 싶으면 연봉 30만위안(1위안=약 1백30원)에 스톡옵션을 요구하고, 조금 싸다 싶으면 자질이 턱없이 모자란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지난 4개월 동안 백방으로 인재사냥에 나서고 있으나 부사장 자리는 아직도 공석이다.

"저임(低賃)의 나라" 중국에서 정보기술 분야 인력 몸값이 치솟고 있다.

일부 직종의 경우에는 부르는게 값이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인터넷 통신 등 분야의 경력자 몸값은 선진국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다.

베이징대학 칭화(靑華)대학 중국과기대학 등 유명 대학의 전산관련 학과 졸업 신입사원의 경우 한달에 6천~7천위안 정도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 대학 졸업생은 미국 유럽 등의 유명 회사를 선택하는 경우가 커 국내 업체들은 그나마 얻기가 어렵다.

한 단계 아래 수준인 베이징교통대학 난카이(南開)대학 등의 졸업생들에게는 4천~5천위안 정도를, 아무리 수준이 떨어지는 대학이라도 3천위안 이상은 줘야 한다.

이는 중국 국유기업 대졸 신입사원 월급이 1천위안 이하라는 점을 고려하면 커다란 액수다.

경력자의 경우 얘기는 또 달라진다.

외국기업간 스카우트 전쟁이 벌어지면서 이들의 몸값이 부풀려지고 있다.

최근 베이징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소속 정보기술 컨설팅업체는 베이징 대학 졸업 후 IBM 중국본부에서 5년간 일한 경력자를 연봉 80만위안 조건으로 스카우트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돈 1억원이 넘는 셈이다.

삼성전자 통신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배승한 부장은 "경력자 급여는 복리후생비 특별인센티브 등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보다 오히려 높은 수준"이라며 "그나마 3년이 넘은 경력자는 찾을 수 조차 없다"고 털어놨다.

이는 중국 정보기술 발달 역사가 짧아 인재층이 얇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중국 정보기술은 기업내부전산망(그룹웨어), 시스템통합(SI) 등의 중간 과정 없이 인터넷으로 급속하게 발달, 인재를 양성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기술 발전의 정통코스를 밟은 탄탄한 실력을 갖춘 경력자를 찾기가 어렵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非)전산학과 출신자들도 관련 기술을 익혀 정보기술 분야로 진출하고 있으나 중국은 개발인력을 전산관련 학과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 정보기술 분야 인력시장의 또 다른 특성은 잦은 이동이다.

중국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잦은 이동이 곧 능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직을 하면서 몸값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외국기업에서 일하는 중국 직장인에게 애사심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일의 목적이 오로지 돈이라는 얘기다.

배 부장은 "졸업 신입사원을 뽑아 2년 정도 투자해 놓으면 미국 유럽 등 기업들이 이들을 빼내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서라도 임금 또는 특별 인센티브를 더 줘야 한다"고 말했다.

채용기회 역시 제한돼 있다.

외국기업들은 믿을 만한 헤드헌팅 회사가 거의 없는 터라 아름아름 필요 인력을 구하고 있다.

최근 51job(www.51job.com) 자오핀(www.zhaopin.com) 등 인터넷 헤드헌팅 사이트가 활발하게 사업을 하고 있지만 이 역시 믿을 만한 인력을 뽑는데는 한계가 있다.

베이징의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에 진출하기 앞서 인력조달 방안을 치밀하게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보기술 분야 사업의 성패는 사람에 달렸기 때문이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